‘불법계좌개설’에 발목 잡힌 대구은행…‘전환’ 물거품 되나

‘불법계좌개설’에 발목 잡힌 대구은행…‘전환’ 물거품 되나

금감원 긴급 검사 돌입…최악의 경우 CEO 제재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
금융위 “심사 초점 대주주 적격성 있어…금감원 검사 결과 참고”

기사승인 2023-08-12 06:00:12
DGB대구은행 제공.

DGB대구은행 직원이 고객 몰래 1000여개의 계좌를 불법으로 개설한 사실이 발각돼 금융감독원에서 수사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CEO 제재를 진행하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게 돼 전환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에서 1000건이 넘는 불법 계좌를 개설한 정황이 포착돼 금융감독원이 긴급 검사에 돌입했다. BNK경남은행의 대규모 횡령사고, KB국민은행의 미공개 중요정보 활용 주식거래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또 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고 파악했다. 여기에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관여한 대구은행 직원들은 여러 지점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구은행이 지난 6월30일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한 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 감사를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구은행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중은행 전환’에 큰 악영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대구은행은 지난달 시중은행 전환 지침 발표 이후 연내까지 관련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점검을 엄격하게 추진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가 시중은행 전환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다만 의도적 은폐 정황이 드러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까지 내려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엄격한 검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검사가 진행 중이라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안된 상태에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완비, 고객보호 시스템, KPI 적정한 구비 등을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인가 권한이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중은행 인가를 위한 심사의 초점은 대주주 적격성에 맞춰져 있다”면서도 “물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췄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에서는 의도적인 보고 지연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접수돼 해결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서 자체적으로 전수조사한 뒤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직원들의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라며 “사고 인지 후 내부 감사에 착수해 실명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