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이 불과 1개월 사이 5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카드사의 문턱을 드나드는 것이다. 문제는 리볼빙도 증가세를 그리고 있어 한계 상황에 도달한 차주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6월(34조8468억원) 대비 5483억원 증가했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수요가 카드론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서비스도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7월 말 기준 6조4078억원으로 6월보다 772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추이를 보면 증가세는 더 명확하다. 6월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45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44조2000억원) 대비 1조1000억원(2.5%)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대출이용액은 5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4조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2분기 들어 1분기보다 늘면서 잔액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1분기보다 2분기에 들어서며 대출문턱이 급격히 상승, 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못한 차주들이 카드사를 이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만, 문제는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58%로 작년 말(1.20%) 대비 0.38%p 상승했다. 카드사 연체율은 2021년 말 1.06%에서 지난해 말 1.20%, 올해 3월말 1.53%로 계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실대출 증가, 연체율 상승은 카드업계 전반에 걸친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국내 전업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억원(12.8%) 감소했다.
하반기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늘어난 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부실에 가까워지는 한계 차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는 ‘리볼빙’이다.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은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는 약정된 결제일에 일시불로 처리되지만 리볼빙제도는 약정된 결제일에 최소의 금액만을 결제하고 나머지 대금은 대출로 이전하는 ‘회전결제’를 말한다. 당장 상환 여력이 없는 차주들이 많이 이용하고, 금리가 약 20%에 육박하는 만큼 리볼빙의 증가는 카드사들에게 통상 연체 증가로 이어져 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
실제로 전업 카드사 7곳의 지난달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2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3167억원 대비 13.5%(9831억원)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카드업계에 대출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늘어나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각 업체별로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