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매입·기업금융 강화…우리금융 실적개선 ‘묘수’될까

자사주매입·기업금융 강화…우리금융 실적개선 ‘묘수’될까

임종룡 회장, 자사주 1만주 매입…“성과창출·기업가치 제고 노력”
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재건’ 본격 행보…“2027년까지 1위 달성”
비은행계열사 확충 문제 여전히 남아…“마땅한 매물 없는 상황 속 포석”

기사승인 2023-09-07 17:31:44
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최하위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임종룡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는 등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다만 여전히 우리금융의 실적 대부분이 우리은행에서 나오고 있다보니 은행의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주식 1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6일 밝혔다.

우리금융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지난 3월 그룹 CEO로 취임한 후 영업 전열을 재정비하고 기업문화 혁신에 힘쓰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고, 그간 우리금융지주 자기주식 매입주과 우리종금·우리벤처파트너스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한 주식 교환주 등을 고려해 자사주 매입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지주사 출범 후 첫 ‘자기주식 매입·소각’, ‘분기배당’ 등으로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번 임종룡 회장의 첫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시장 및 주주들과 소통에 박차를 가하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과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7일 ‘기업금융 명가재건’이라는 목표 달성을 외치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 당시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표를 진행한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원화대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을 높여 자산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 중소기업 합) 잔액은 6월 말 기준 161조원, 가계대출은 132조원으로 비중은 55 대 45로 집계됐다. 2026년 말까지 기업대출 잔액 237조원, 가계대출 잔액은 157원으로 늘려 60 대 40 비율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현재 4위로 떨어진 기업대출 점유율을, 2025년 점유율 2위에 이어 2027년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73조2194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금액은 △국민은행 71조5042억원 △신한은행 63조5128억원 △하나은행 62조2366억원 등으로 우리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7일 개최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발표회에서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강신국 부문장은 “우리은행은 취약한 자본비율 때문에 과거 몇년 간 대출 확장을 못했다”며 “대출 상환을 부탁하는 전략까지 시행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기업부문에서 매년 30%, 중소기업부문은 매년 10%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주채권은행으로서 관련 기업, 고객에 대한 정보가 풍부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전방위적으로 실적개선을 힘줘 말하는 이유는 상반기 실적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5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었다. 2분기 순익 기준으로는 6250억원으로 무려 31.6% 빠졌다.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4대 금융지주 중 꼴찌이며, 농협금융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시장 불안감도 지속되면서 우리금융의 주가도 답보상태인 만큼, 적극적인 실적 개선 의지를 보여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올해 초 증권사나 보험사가 없으니 부동산PF 대출 건전성 우려가 적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상반기 실적 전체를 보면 오히려 비금융계열사가 있는 금융지주들보다 실적 타격이 컸다”며 “기업금융 실적 개선을 통해 우리금융의 하반기 성적표도 끌어올리고, 주가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의 전략에서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부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초 취임당시 ‘기업금융 강화’와 함께 약속됐던 ‘비은행계열사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에 등장한 임 회장은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3분기가 끝나가는 9월 현재까지도 여타 별다른 인수합병(M&A)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확충할 계열사로 보험보다 증권사를 꼽았는데, 현 시점에서 우리금융이 눈독을 들일 중견 이상의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며 “수천억원 이상이 지출되는 M&A를 허투루 할 수 없다 보니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인 ‘기업대출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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