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투업계(온라인투자연계금융)가 올해 초 기관투자에 관한 규제 완화 예고 소식이 들리면서 조만간 업권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란 낙관이 존재했다. 하지만 9월 기준 이런 낙관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기관투자 규제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시작된 리스크로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온투업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온투업계의 대출잔액은 1조6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월 (1조4131억원) 대비 24.5%(3461억원) 감소한 수치다. 온투업계 대출잔액는 2022년 5월(1조4152억)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타며 지난 7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개월만에 1조5912억원이 증가했으며, 5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규 대출은 줄어드는 반면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대출잔액 기준 상위 3개사(피플펀드·투게더앱스·8퍼센트)의 지난 8월말 기준 연체율은 전년 동월(2.67%) 대비 10.63%p 늘어난 13.3%로 나타났다. 특히 투게더앱스의 8월 말 기준 연체율은 지난 8월 4.36%였으나 지난해 2월 17.01%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의 연체율 공시 기준인 15%를 뛰어넘은 후 지난 8월말 26.96%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신규대출 감소와 연체율 상승 ‘겹악재’가 동시에 온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온투업권 특성상 대출을 하려면 신규 투자자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투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규제에 막혀 기관투자자가 없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이 점차 줄어들다 보니 업계 전체가 대출 여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부동산PF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는 온투업체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온투업계 대출잔액 중 약 70% 가량이 부동산 관련 대출인데, 고금리 기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휘청이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며 연체율이 상승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52개 온투업체 가운데 연체율이 15%를 넘어선 곳이 7곳에 달한다.
현재 온투업체들은 점차 하나둘씩 폐업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업계 7위 그래프펀딩이 폐업한데 이어 올해에는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비드펀딩, 캠퍼스 펀딩이 신규대출을 중단한 상황이다.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고자 하는 온투업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온투업체들은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권 1위 피플펀드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통해 이수환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인공지능(AI) 신용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금융사 대상 B2B 솔루션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펀다는 온라인셀러의 사입비를 선정산하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위펀딩은 부동산 투자권리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위마켓’을 열고 프롭테크(부동산과 IT 서비스 결합)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투업계에선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 허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온투법은 상품당 모집 금액의 40%까지 연계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각 업권법은 이를 투자가 아닌 대출로 해석할 여지를 두고 있어 현행법 간 충돌이 발생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4월 차입자 정보제공 차별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온투업에 대한 기관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다만 공식화 이후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온투업체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온투업을 담당하는 중소금융과가 최근 인사 변경으로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 늦어질까 고민이 크다”며 “온투업체들이 서민금융 보급과 중금리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빠른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활로를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