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비슷한 기간 금융당국이 나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홍콩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자 대상 IR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양대 금융당국 수장을 비롯해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자 유치에 나선 만큼 투자 유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사와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함께 출장 가는 건 적절치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도이치은행 본사를 방문하고 람 나약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공동대표 등 글로벌 경영진과 면담을 실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도이치은행 경영진은 서울지점에 1억5000만유로(2115억원)의 자본금 증자를 결정한 것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투자 확대는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모습과 한국 경제·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 및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하는 도이치은행의 대아시아 투자전략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글로벌 최고 은행중 하나인 도이치은행의 이번 증자 결정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우호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번 증자 결정이 글로벌 금융회사 및 해외투자자의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물꼬를 틔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지난 10일 이 원장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 금융사 CEO들과 함께 영국으로 출국한 뒤 금융사 합동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해외 금융 투자회사 임직원들과 만나 적극적인 규제완화 및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전략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것이다.
이 원장보다 앞서 8일 홍콩으로 향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K-금융 홍보에 열을 올리며 양대 금융당국 수장들이 글로벌 투자자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는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외국인 ID 폐지, 배당절차 개선방안,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외국인의 국채 투자 비과세,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을 직접 발표했다.
다만 금감원장이 직접 금융사 CEO들을 대동하고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해외 출장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독 업무를 하는 금감원 수장이 피감기관 수장들과 함께 같이 해외를 나가서 우애를 다지고 돈독히 가면 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박재호 의원은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금융회사 CEO들과 해외 IR을 나간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K-금융 세일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부원장이 아닌 원장이 우리 자본시장 투자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정책 과제를 언급하는 건 규제 불확실성을 줄여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의 투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기관과 금융사가 함께 와서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 한 것들에 대한 신뢰, 이런 것들을 좀 갖게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더 적극적인 해외 IR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싱가포르에 이어 런던 행사를 해보니 (앞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저 또는 제가 아닌 금융위원장이나 또다른 정부 당국, 지자체 대표가 와서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다양한 포맷으로 해외 투자자 설명회를 조금만 더 늘려보면 한국 자체에 대한 IR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