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휴가철이 되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행객들이 유럽에서 처음 마주하는 곳은 ‘히드로 공항’이 있는 영국 런던이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이 처음 묵는 숙소는 플랫(flat)이라고 부르는 블록하우스들이 대부분이다. 비슷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뒤뜰도 있고, 주변엔 공원도 있다. 영화 ‘노팅힐’에서 본 듯한 타운하우스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즐거운 유럽 여행을 시작한다.
이런 타운하우스가 서울에도 생긴다. 낙후된 다세대·가구 주택 지역의 개별 소규모 필지를 모아 블록단위로 공동 개발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블록하우징)’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모아주택은 지난 2022년 정책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총 103곳(1만6000세대)이 조합을 설립해 추진 중에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100개소의 모아타운을 지정해 총 3만호에 달하는 양질의 모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모아타운·모아주택은 신축 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블록하우징 정비방식이다. 장소의 특성을 살리면서 기존 주민들의 재정착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의 저층 주거지 면적은 전체 주거지의 약 41.8%(서울시 통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87%가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마땅한 정비방안 없이 방치된 실정이다. 이런 곳에 서울시는 블록 단위의 ‘모아주택’을 건설하고 지역단위로 모아, 필요한 주차장과 공원 등 기반시설 및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해 ‘모아타운’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사업을 활성화를 위해 2종 7층 주거지역의 층수를 최고 15층까지 완화했다. 또 필요할 경우 용도지역도 상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한 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의 설계 및 디자인 혁신을 위해 지난 19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모아주택·모아타운 정책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국건축가협회와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서울시, 자치구, 서울시의회, 한국건축가협회,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과 학생, 시민 3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 신포지엄에 소개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정비 방향을 보면, 메인도로와 보행로를 유지하되 도로 폭을 확장하고 공원 및 주자장을 설치해 지역 거점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모아타운이 추진 중인 지역에 여러 필지를 모아 총 6구역으로 나누어 모아주택을 건설한다. 또 모아주택 저층부에 상점 등 커뮤니티 활성화 시설을 설치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와 함께 혁신적 디자인을 넣어 낙후된 주거지의 경관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디자인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안)에는 △도시적 맥락을 고려한 주동 배치 △개방 및 녹지공간, 가로공간, 입체공간 등 공간구성의 다양화 △입면계획, 발코니 디자인, 단위세대 특화 등 혁신 디자인 적용에 관한 내용을 담겼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는 그 동안 ‘모아주택·모아타운 전문가 포럼’ 및 ‘12개 대학이 참여한 대학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활성화 및 디자인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발전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모아주택의 혁신적인 디자인 강화를 통한 미래주거의 실천의 장으로 활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해외 유명 건축가들의 참여를 위한 국제 디자인 공모전 개최 가능성도 열어뒀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 모아주택은 유럽의 타운하우스를 고려한 신개념 블록하우징 도시정비 사업이다. 기존 가로 체계를 유지하면서 블록단위로 개발을 진행해 낙후된 지역과 도시 미관을 정비한다. 이를 위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건축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 규모가 작다 보니까 해외 유명한 건축가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지도가 높고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아직 국제 디자인 현상공모를 할 수 있을지 명학하진 않지만, 지역 랜드마크 등에 (해외 디자이너 참여를)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