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었지 ‘현역 프리미엄’ 정말 실감 난다”
총선을 6개월 남기고 출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정치 신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지역 내 이름 알리기가 절실해 매일 치열하게 현장을 누비지만 현역 의원들의 텃세 괄시에 힘이 빠지기 부지기수다.
특히 당협·지역위원장 등 당내 직책을 가지지 않은 예비 후보자들은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감내해야 하는 불리한 구조다.
현역 의원들은 많은 면에서 정치신인보다 유리하다. 지역 내 현수막 자유롭게 걸기부터 당원 명부 접근 기회, 홍보 책자 배부, 후원금 모집 등 도전자들에게 간절한 것들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민주당에 입당해 지난 7월 서울 광진갑 출마를 선언한 이정헌 전 JTBC 앵커는 총선을 앞둔 지난 추석 연휴 때 명절 인사를 담은 현수막을 걸었지만, 몇 시간도 안 돼 철거당했다. 선거법상 위법이 아니지만 민원을 이유로 구청이 철거한 것이다. 당협·지역위원장 현수막은 제재 없이 365일 걸려있다는 점에서 도전자에게 꽤 불리하다.
이정헌 후보자는 “기득권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멋진 정치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에게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추석 현수막 홍보 기회를 뺏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현역에게 유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역 의원은) 지역사무실이 있어 보좌진을 활용해 지역 민심을 챙길 뿐만 아니라 정치후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선 시 유권자가 되는 당원들의 명단을 제공받지 못한 현실이 도전자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큰 고충”이라고 부연했다.
노골적인 견제와 압박도 있다. 국힘 소속으로 내년 총선 경기 동두천·연천 지역 출마 준비 중인 청년 정치인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여러 통의 협박 문자를 받았다. 그는 1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공정한 경쟁을 바라지만, 도전자로서 어려움이 크다”며 “현역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으면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성 문자를 보내오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인 익명의 한 국힘 관계자는 “지역 당원 행사 일정 등도 공지하거나 알려주지 않아 알음알음 찾는다”며 “막상 가도 소개조차 해주지 않거나 왜 왔느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는 건 일상이다. 최소한 경쟁의 기회는 줬으면 한다”고 했다.
미국과 같이 경선 후보자 토론회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기 고양병 출마를 선언한 정진경 전 민주당 보좌관은 “긴 시간 공직 선거제도가 바뀌어왔지만, 경선 방식은 아직 후진적”이라며 “후보자 토론 한번 없이 당원을 얼마 모집했느냐에 따라 후보자가 결정되고, 선거 후 주르륵 빠지는 게 반복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총선일을 180일을 남긴 시점까지 선거구를 획정(선거구를 분할하여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본단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짓지 못한 것도 또 다른 불이익 요소다. 현역들은 의정활동 보고 등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모든 것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