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입은 기마경찰의 모습을 더 이상 서울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서울 경찰기마대가 77년의 역사를 끝으로 내년 초 사라진다. 서울 시내 기마 순찰과 더불어 경찰 홍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일당백 경찰 내 조직으로 평가받았지만 조직 개편에 따라 폐지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10일 서울 경찰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인사에 맞춰 기마대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날 이를 공식화했으며 남게 된 말들은 공매 등의 절차로 매각될 방침이다.
기마대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그동안 기마대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두 번에 걸쳐 서울 경찰기마대장을 역임한 양창복 전 기마대장은 10일 쿠키뉴스에 “단순히 말을 타는 경찰이라는 상징을 넘어 실제로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충분히 역할을 했다”며 “긴 역사를 가진 기마대를 없앤다고 하니 정말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없애는 결정은 한순간이지만, 긴 역사를 쌓은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조직 개편으로 없어진다고 하는데 한 번 더 고심해 기마대가 존속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경찰기마대는 1946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시작했다. 출범 당시는 말 90여 마리, 인원 100여 명으로 큰 규모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축소돼 왔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지만 친근한 동물인 말과 동행하면서 시민 친화적인 경찰 이미지 제고에 큰 공을 세웠으며 관광지 등 기마 순찰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기마대에서 역할을 했던 말들의 매각 절차가 잘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말산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기마대 말들은 경주마로 활약하다가 퇴역한 말들인데 이들이 다시 공매한다고 해도 구입할 이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안락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