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뒤통수치는 고용노동부…‘노동 경찰’이 고소 취하 종용

청년 뒤통수치는 고용노동부…‘노동 경찰’이 고소 취하 종용

임금 체불 피해자 청년에게 ‘고소 취하해야만 대지급금 지급돼’ 잘못 설명
을지로위원회 “직무유기 해당…올해만 청년 피해자 18만명”
민주당, 오늘부터 ‘익명제보센터’ 운영…입법 등 개선 노력 방침

기사승인 2023-11-23 11:23:59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우원식·이동주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키친엑스 청년 임금 체불 진정 사건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황인성 기자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이 20대 사회초년생들을 기망해 형사고소 취하를 종용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 근로자들에게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형사고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교묘한 말로 사실상 직무유기를 자행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우원식·이동주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키친엑스 청년 임금 체불 진정 사건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올해 5월 결국 폐업한 공유주방 업체 ‘키친엑스’는 6개월 치 청년 근로자들의 임금을 미지급했다. 20살부터 31살까지 나이에 해당하는 청년 근로자 30명은 지난해 11월부터는 무급으로 일했다. 매장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십상이었고 일부 청년은 교통비를 빌려 출퇴근까지 했다.

임금 체불 피해 청년들은 서울·경기 지역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오히려 고용노동부로부터 기망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피해자들과 면담에서 ‘고소를 취하해야 사업주 대신 국가가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하는 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형사고소 취하를 요구했으며, 일부 근로감독관은 고소 취하서에 쓸 문구까지 직접 불러줘 가면서 고소 취하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30인의 피해자 중 25명이 고소를 취하했다.

다만 고용노동부 규정 어디에도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형사고소 취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 근로자를 사실상 정부가 기망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일선 현장에서는 빈번하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올해만 임금체불 당한 청년 근로자는 18만명에 달하고, 체불 임금은 1조1400억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한다. 청년 임금 체불 민원과 더불어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 사례를 취합해 입법 및 현안 질의 등을 통해 개선하겠단 의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금 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반사회적인 범죄라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했지만 말뿐인 대책에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고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며 “청년들은 임금 체불에 따른 생활고에 더해 제대로 법의 보호조차 받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문제를 포함해 임금 체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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