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동시에”…복합제 개발 러시

“효과 동시에”…복합제 개발 러시

당뇨병 치료서 2제 이상 병용요법 77.8% 차지
고령화로 다제복용자 증가…사망·장애 위험↑
대웅제약 ‘DWJ1563’, 엔블로·제미글로 장점 확보

기사승인 2023-12-01 06:00:32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약사들이 두 기전을 함께 가진 복합제 개발·출시에 매진하며 단일제 복용만으로 질환 관리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단독 요법으로 질환 관리가 되지 않는 환자들이 늘면서 2~3개 이상의 성분을 하나로 합친 병용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 사용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당뇨 치료제 시장의 2제 이상 병용요법 비중은 77.8%를 차지한다. 3제 이상 병용요법은 2011년 25.5%에서 2019년 38%까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단일제 비중은 4.6% 감소했다.

병용요법의 장점으론 우수한 효과성, 복용편의성 개선, 불필요한 약물 복용 감소 등이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노인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어 복합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 연구팀이 2012~2021년 10년간 생애 전환기(66세) 건강검진을 받은 330만명을 대상으로 약제 복용 현황과 건강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35.4%가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비율도 8.8%나 됐다. 5종 이상 다약제 복용자 수는 2012년 8만명에서 2021년 16만명으로 100% 증가했다. 

약물을 여러 개 과도하고 부적절하게 복용하면 사망과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적정한 복용이 중요한데, 복합제가 이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르며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당을 배출하고 분해하는 두 기전을 함께 가진 당뇨병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최근엔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와 LG화학의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복합제 ‘DWJ1563’에 대한 임상 1상에서 투약 안전성을 확인했다.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는 각각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계열의 국산 신약으로, 대웅제약은 LG화학과 제미글로의 공동 판매를 맡아왔다.

이번 1상은 생동성 시험으로,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 한 알을 먹을 때와 엔블로와 제미글로를 각각 먹었을 때를 비교했다. 생동성시험이란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약과 시험약의 약효가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40명을 무작위로 나눠 교차 검증한 결과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의 안전성과 생체 이용률(흡수율)이 엔블로와 제미글로를 따로 먹었을 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블로와 제미글로 각각 두 알을 먹을 필요 없이 복합제 한 알만 먹어도 안전하게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단 뜻이다.

대웅제약은 엔블로가 이미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로 병용요법에 대한 혈당강하 효과를 인정받아 허가사항에 반영돼 있는 만큼 이번 생동성 시험 결과를 토대로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의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된 만큼 지속 성장하고 있는 복합제 수요에 발맞춰 계열 내 최고 당뇨 신약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약품을 비롯한 총 20개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골관절염 복합제제 개량 신약인 ‘콕스투플러스정’도 최근 출시됐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인 ‘세레콕시브’ 성분과 한국PMG제약이 개발한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정’(성분명 레일라연조엑스)의 복합제다. 

안국약품에 따르면, 세레콕시브는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COX-2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진통·소염 효과가 있다. 레일라정은 골관절 연골을 보호하고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안국약품은 콕스투플러스정으로 두 가지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골관절염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정’(성분명 암로디핀)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아프로벨정’(성분명 이르베사르탄) 복합제 ‘아프로바스크정’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한독이 지난 2019년 10월 사노피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개발, 제조 권리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른 유병인구 증가로 환자가 먹어야 하는 약의 개수도 함께 늘고 있다”며 “환자들이 한 알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약사들의 복합제 개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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