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그간 고개를 숙이는 데 인색했던 윤 대통령이 빠르게 사과한 것은 엑스포 유치 과정에 뼈아픈 지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었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지만,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지난달 29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께 실망시켜 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제행사 유치가 단번에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고, 이번에는 사우디라는 강력한 상대가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는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취임 이후에는 사과에 인색했다는 점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때는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과하기도 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태원 참사 때를 비롯해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식에서도 사과에 대한 직접 표현이 없었고, 여러 번의 장관 인선 실패에도 유감의 표현이 없었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 사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확한 정보를 보고한 이들을 문책하려는 예비 메시지라는 분석부터 국정 기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주장까지 분분하다. 단 총선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거란 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쿠키뉴스에 “릴레이 정상회담을 하는 등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에 진심이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례적인 대통령의 사과는 부정확하게 보고한 이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와 총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을 고려한 급박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송영훈 국민의힘 법률 자문위원은 국정기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변화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실천하는 모습이라는 관측이다. 송 위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정부 들어서 사과를 요구받아도 직접 대국민 담화한 적이 없었다”며 “대통령께서 사과까지 하셨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고 낮은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엑스포 유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영상에 대한 혹평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해당 자료를 외주 제작한 업체가 대통령 주변 인물과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온라인 일각에서 나왔다.
지난달 29일 저녁 10시 13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부산 엑스포 결선 PPT 제작 업체를 찾다 보니’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시돼 관심을 받았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 퍼 날라지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