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실내 환기와 실내 공기청정기 이용 등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5가지 행동수칙만 지켜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세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40세부터 79세 사이의 COPD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미세먼지는 굵기가 머리카락 굵기 7분의 1정도인 입경 10μm 이하이며, 초미세먼지는 그의 4분의 1 정도인 입경 2.5μm 이하다. 매연이나 건설 현장의 날림 먼지 등이 미세먼지에 속하며 음식을 조리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봄철에는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황사로 인해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진다.
미세먼지는 천식, 기관지염, 비염, 결막염 등 염증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질환을 발생 및 악화시킨다.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장기적인 흡연이나 가스 노출로 폐포가 손상돼 결국 숨쉬기 힘들어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들이 미세먼지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했을 때 얼마만큼 COPD가 나빠지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COPD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9개월 동안 △자택 공기청정기 가동 △정기적 대기오염정보 확인 △규칙적 집안 환기 △대기오염지수 높을 때 외출 자제 △꾸준한 흡입기 치료 등 다섯 가지 미세먼지 행동수칙을 지키게 했다. 다른 집단에겐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통한 치료만 실시하고, 5가지 행동수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3개월마다 두 집단 모두에게 스스로 COPD 상태를 체크하는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과 ‘COPD 평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행동수칙 준수 집단에서 수칙 준수 정도에 따라 잘 지킨 환자들의 COPD 평가 테스트 점수가 평균 17.9점에서 15점으로 떨어졌고, 비교적 덜 지킨 환자들은 평균 13.8점에서 14.1점으로 상승했다. 두 설문은 점수가 낮을수록 각각 질환의 호전, 삶의 질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 점수는 평균 35.26점에서 31.82점으로 약 3.4점 낮아졌다. 일상적인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평균 34.76점에서 37.27점으로 약 2.5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원 교수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COPD 환자들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COPD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IF=11.8)’에 최근 게재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