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넘게 제약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동아에스티가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방향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며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신약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시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 임상에 이은 임상 단계를 통과해야 하고, 엄격한 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성공 확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신약 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꼽힌다.
동아에스티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정형화된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의 공동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전통 제약사 간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동아에스티 R&D를 책임지고 있는 박재홍 사장은 올해 초 “M&A와 라이선스인, 국내 전통 제약사 간 협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 특성상 각사의 기술을 공유해야 하는 만큼 그간 전통 제약사들이 연구 과정에서 협업을 갖는 일은 기피돼 왔다. 동아에스티는 발상을 전환했다. 각 제약사가 보유한 역량과 강점을 이어 함께 개발하면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 전통 제약사 간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 혁신신약 목표로 강점 살린 협력 증대
지난 10월 동아에스티는 GC녹십자와 면역질환 신약 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만성 염증성질환을 겨냥한 새로운 약물 타깃을 공동으로 선정하고, 신규 모달리티로 치료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선정된 타깃에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을 제작하고 특정 장기에 전달 가능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수행한다. 동아에스티는 GC녹십자가 제작한 물질의 세포 수준에서 작용 기전을 확인하고 동물 모델에서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공동연구로 도출되는 물질의 후속 개발 과정에서도 양사는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9월 HK이노엔과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EGFR(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저해제에 단백질 분해 기반 기술을 접목해 EGFR L858R 변이를 타깃하는 차세대 EGFR 분해제 후보물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재홍 사장은 “각 사의 강점을 살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협력을 증대해 연구와 개발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 바이오기업·병원 이어 해외서도 전방위 협력
동아에스티는 전통 제약사와 협력관계를 갖는 것 외에도 바이오 기업, 학계 등과 전방위적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월 바이오 벤처 기업 씨비에스바이오사이언스와 동반진단 기반 치료제 개발을 함께하기로 했다. 더불어 데이터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 및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엔 벤처기업 심플렉스, 연세암병원과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동아에스티는 후보물질 발굴과 기전 연구를 맡고, 심플렉스는 AI 기반 활성구조 도출, 선도물질 최적화, 예측모델 API 구축을 담당한다. 연세암병원은 고품질의 환자 유래 데이터베이스와 우수한 항암 신약 연구 역량을 통해 타깃 발굴과 물질 검증을 진행한다.
공동연구는 해외에서도 진행형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1월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UMass)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매개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가졌다. 동아에스티와 UMass는 만성 염증성질환을 겨냥해 AAV 매개 유전자치료제 연구를 전개한다. UMass는 만성 염증성질환 타깃 유전자를 AAV에 탑재하고, 동아에스티가 AAV에 탑재한 유전자의 약효를 스크리닝한다. 이후 선정된 AAV 후부군에 대해 UMass는 마우스 모델에서, 동아에스티는 동물 모델에서 각각 약효를 평가한다. 이번 공동연구에는 유전자 치료제의 세계적 권위자인 구아핑 가오 교수 등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진들이 참여한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보스턴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오픈이노베이션센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적 미래 가치가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발굴하고, 시장 조사 및 네트워킹 등을 추진해 동아에스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거점이 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특화된 분야에서 각사의 강점을 안고 서로 협력한다면 그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진행해 혁신적 신약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