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인재가 없는 게 아니었네”
성탄절 연휴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종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 총선 전진대회에 참석한 현역 의원 다수의 말이다.
민주당에는 이준석·천하람과 같은 청년 인재들이 없다는 당내 비판이 있지만 정작 당내 고귀한 인재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주목하지 않았다는 반성의 의미도 담겼다.
이날 전진대회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결의하는 자리였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을 비롯해 총 5명의 연사가 나서 차례대로 나서 20대 청년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정책적 의제를 던졌다.
특히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역 의원 다수가 참석해 민주당이 20대 청년 세대에게 결코 무심하지 않음을 몸소 보였다.
대학생 연사들은 기성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해 공론화하지 못하는 사회적 의제들을 당당히 꺼내 들었다. 병력 부족 사태에 대비한 남녀 개병제를 비롯해 현 청년 세대가 만들어내지 못한 청년 거대 담론의 부재, 지방 출신 청년의 고달픈 삶, 정치권의 이분법적인 외교 시각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을 냈다.
이지오 부산시당 대학생위원장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남녀 개병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생률이 0.78명까지 감소해 병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소원한 채 수동적이기만 한 현 정치권의 행태를 질타했다. 또 과거 여성 인권 수호를 주창했지만 정작 선거철이 되면 젠더 이슈 자체를 꺼내길 피하는 이중적인 행태도 비판했다.
특히 토론과 논쟁을 피하지 않고 사회적 의제 해결에 앞장을 서던 민주당의 모습과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청년 당원들의 발표를 들은 후 “민주당이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치열한 논쟁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생 청년들의 고민이 담긴 열정적인 발표를 들으니 국민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 정당이 되려면 깨지더라도 논쟁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박용진 의원은 “청년들의 어깨만 두드렸지 뭐 하나 해결해준 게 없는 것 같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키우겠다고 얘기하는 정당이 당을 사랑해 쓴소리하는 청년의 말을 불쾌하게 여겨 모질게 군다면 정말 어려워질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어렵고 치욕적이더라도 꿋꿋이 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은 “거대 양당의 정치인 충원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며 당내 인력들을 대거 활용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의원은 “총선이 임박하면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을 뽑아 국민 앞에 자랑하지만 정작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문 분야는 잊고 정치 양극화에 앞장서기 일쑤”라며 “북유럽처럼 자체 인재를 양성해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