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총선 의왕·과천에 도전장을 낸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절실함’이 곧 ‘정치 모토’이자 자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진솔한 이야기와 정치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오는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는 그는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총선 출마 선언을 과천 법무부 정문 앞에서 할 정도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완의 검찰개혁을 이을 적임자임을 자처했으며, 검찰개혁은 현재 ‘시대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윤 예비후보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졌다. 이름까지 기억 못 할 수 있지만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을 기획해 국민적인 호평을 받았다. 또 문재인 청와대 5년의 기록을 담은 ‘나의 청와대 일기’ 저자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청와대를 5년 내내 지킨 몇 안 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윤 예비후보는 국회의원 9급 인턴에서 청와대 1급 비서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적 배경 없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이뤄낸 성과인데 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존경하는 선배 정치인으로 불린다. ‘민보협’ 회장 시절, 출입증 색깔로 심리적 차별을 받아온 인턴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역대 가장 훌륭한 ‘민보협’ 회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낙연 전 총리의 탈당 등은 우려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게 정치인데 이를 망각한 채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거센데 이를 반감시키는 것은 결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윤 예비후보와 일문일답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의 변을 말한다면
▷이번 총선은 3가지 시대정신을 요한다. 검찰개혁·한반도 평화 복원·민생 살리기 등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3가지는 서로 연동되고 관통한다. 검찰개혁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지금 검찰의 논리만 적용되며 사회가 경직됐다. 역동성을 잃어버렸다. 이는 곧 경제와 민생에 악영향을 준다. 한반도 평화가 깨지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개혁을 완수해야만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국민도 국가도 살 수 있다. 검찰개혁·한반도 평화 회복이야말로 바로 민생 정책이다.
-출마지를 의왕·과천으로 정한 이유는
▷이곳이 내 삶의 터전이다. 아이가 둘 있는데 첫째는 의왕에서 고등학교, 둘째는 과천에서 중학교에 다닌다. 2008년부터 의왕·과천과 같은 생활권 평촌에서 살았다. 맛집이 어딘지, 공중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가 어딘지 잘 안다. 그런 동네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청와대 근무할 때 어머니의 품같이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다. 관악산·청계산·모락산을 오르며 힐링했고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 이젠 지역에 보답하고 싶다. 민주당 사람으로 지역에서 꼭 할 일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전멸했다. 의왕·과천 두 지역 지자체장은 물론 지방의회에서는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의 가치가 지역에 잘 스며들도록 토대를 쌓고 싶다.
-파악한 지역 현안은
▷대한민국 문제가 곧 지역 현안이다. 지역을 돌며 교통 문제, 학교 문제 등 풀 과제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 서울에 가깝지만,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는 빈약하다. 지역 내 역이 적어 교통 사각지대가 많다. 20년이 넘은 지역 현안인데 아직 해결 못 하고 있다. 중학교 부족 문제도 있다. 학령 감소에도 지역 내 초등학생 숫자는 많다. 중학교는 적다. 앞으로 학령인구는 점차 줄 텐데 중학교를 무턱대고 늘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중·고등학교를 복합화해서 대응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도시 최상위권에 있는 지역인 만큼 난개발을 막는 지방공기업법 환경 사업 신설 조항 등의 공약 등도 준비 중이다.
-본인이 가진 강점은
▷우선 다양한 경험이다. 국회 19년, 청와대에서 5년 활동했다. 경험이 좋은 선출직 공무원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해답을 찾는 훈련을 해왔다. 지역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지 잘 안다. 오랜 국회 경험을 통해 지금도 도움을 드리고 있다. 잘 포기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면 잘 기억하고는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잘 들을 자세가 습관화된 것도 장점이다. 옛날에는 정치인이 길을 찾고 국민을 끌고 갔다면 이제는 국민이 더 똑똑하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스크립트’ 짜서 함께 가야 한다. 지역민들을 1시간 만나면 말하는 시간은 10분 이내로 줄이고 듣는 걸 더 많이 하고 있다.
-이낙연 탈당 등으로 당이 혼란스럽다
▷국민이 현명해 국민을 위한 건지 정치인 개인을 위한 것인지 다 안다. 이낙연 전 총리와 원칙과 상식 통합 비대위를 주장했는데 결국 자신들을 위한 셀프 공천 요구와 같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탈당까지 한 것인데 염치가 없다. 당이 어려운 시기인데 외부에서 집을 흔들어 대는 이들과 같이 더 흔드는 게 말이 되나. 식구들이 뭉쳐서 돌파하는 게 정상이다. 싸워야 할 대상 구분을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이다. 탈당한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방기했다고 본다. 올해 총선은 정권 심판 선거가 될 것이다.
-역대 ‘민보협’ 회장 중 역대 최고란 평가받더라. 당시 무슨 활동했나
▷인턴 신분증 색깔을 교체했다. 인턴은 보좌진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나도 인턴 출신으로 다른 신분증 색깔로 상처받았다. 자랑스러운 신분증이 돼야 하는데 색깔 때문에 2등 국민처럼 여겨졌다. ‘민보협’ 회장이 급여를 올릴 수는 없지만 후배들에게 이런 수모를 또 주고 싶지 않아 전격 교체를 추진했다. 국회사무처는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계속 설득해 신분증을 바꿨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 국회에서조차 그런 차별이 존재한다면 안 되지 않겠나.
-21대 총선 출마를 마다하고, 청와대에 끝까지 남았다.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개인의 영광을 위해 청와대에 간 거라면 1년만 근무해도 된다. 정치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한 정부의 처음과 끝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청와대 근무 중 가장 소개하고픈 에피소드는
▷2018년 1월 위안부 할머니 청와대 초청 행사가 있었다. 늦게 도착한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문 전 대통령께서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서 기다리셨다.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 계시다 다시 나오시면 어떠하겠느냐’고 말에 ‘할머니가 안 오셨는데 어떻게 들어갑니까’라고 하시더라. 당시 언제쯤 대통령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
해당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들을 청와대까지 모시는 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계신 김복동 할머니 병문안으로 대신하자는 의견이 있어 2안을 함께 보고했다. 둘 중 하나를 지시하실 거라 예상했는데 둘 다 하자고 하셨다. 둘 중 하나를 하든 아니면 3안을 하자는 게 일반적인데 둘 다 하자니 일하는 사람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윤재관에게 ‘정치’란
▷절실함이다. 국회와 청와대에서 일하는 24년 동안 자신을 위해 일한 게 얼마나 있겠나. 거의 없다. 사실은 누군가를 대신해서 일을 하는 건데 절실함이 없으면 이루어지는 게 하나도 없더라. 절실하게 생각하면 길도 열리고 해결에 가까워지는데 절실함을 좀 부족했다고 생각할 때는 잘 안되더라. 공감은 다소 중립적인 의미인 것 같고, 여기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의미인 ‘절실함’을 함께 느끼는 것이 곧 정치라고 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옛말처럼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주변서도 많이 힘을 준다. 그렇게 절실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정치하려 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