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진이 체내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2, ALDH2)를 활성화하면 모발의 성장을 유도·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ALDH2 활성도를 높이면 세포 내 에너지 대사와 ATP(Adenosine Triphosphate) 생산을 촉진해 모발 성장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전했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탈모 유형 중 하나다. 모발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주머니를 일컫는 ‘모낭’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로 이어지는 성장 주기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체내 세포의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ALDH2’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ALDH2는 알코올을 분해할 때 나오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독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소다. 그동안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탈모와 연관 있다고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ALDH2가 모발 성장과 산화 스트레스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ALDH2 활성화제(Alda-1)를 활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ALDH2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의 상피세포층에서 발현되며, 휴지기에는 발현이 미미했다. 성장기로 전환되면서 발현이 크게 증가해 모발 성장기 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실험에서도 ALDH2 활성화가 모발의 길이 성장을 촉진하고, 모낭의 성장기 전환을 가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ALDH2를 활성화하면 베타카테닌(β-Catenin)의 증가를 유도한다며 안드로겐성 탈모 뿐만 아니라 노화성 탈모 등 다양한 탈모증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사실이 탈모 치료 분야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권 교수는 “ALDH2 활성화가 모낭에 미치는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했다”며 “모낭의 성장기 단계 진입과 유도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리서치(Journal of Advanced Research)’ 최근호에 온라인으로 출간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