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꽃보직’ 회전문 인사 관행 깬 ‘조용한 혁명’

충남도, ‘꽃보직’ 회전문 인사 관행 깬 ‘조용한 혁명’

김태흠 지사, 5급 인사에서 핵심 요직서 ‘이너서클’ 배제
인사·행정·조직에 현장 업무 뛰던 주무 팀장들 전진배치

기사승인 2024-01-18 16:23:49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에서 ‘꽃보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사, 행정, 조직팀장이 교체되면서 그동안 청 내 핵심 요직을 돌아가며 대물림하던 회전문 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도는 지난 17일 5급 사무관 인사에서 그동안 자신의 자리를 대물림 하던 인사팀장, 행정팀장, 조직팀장에 행정경험이 부족해 속칭 ‘B급’이라 일컬어지던 일선 현장 주무팀장들을 전진배치했다. 

전직 팀장 3명이 각각 승진과 이동으로 자리바뀜하면서 후임자 인선에서 자연스럽게 이너서클(Inner circle)을 배제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단행한 5급 사무관 인사 기조는 조직 내에서 인사, 기획, 예산 등 스텝들이 주름잡던 시대에서 농림, 수산, 해양 등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뛰던 집행부서 인사를 등용한 것으로 평가 받을만 하다. 

사실 여느 시·도나 수십년째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사적 연고로 구성된 이너서클이 자리잡고 있어 단체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남도 역시 이들 인맥은 인사, 기획, 비서, 자치행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사수-부사수’, ‘형님-동생’ 하는 식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주요 핵심보직을 끼리끼리 나눠갖는 회전문 인사를 통해 ‘꽃보직’을 차지하며 각종 정보 획득이나 승진 등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며 영역을 유지해 왔다. 

이들 특정 그룹은 타 실·국 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폐쇄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하기에 소수의 집단이 '꽃보직'을 독점하게되면 여타 현장직들은 근무의욕이 정체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직원들은 못나서 숨죽이고 한직을 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너서클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흠 지사는 지난해 기술직 등 현장직의 애로를 담아 대규모 발탁 인사를 예고했다 무산되면서 전직원에게 사과메일을 발송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김태흠 표 5급 이너서클 해체'는 꽃보직에 얽히고 설킨 내부자들을 솎아낸 조용한 혁명처럼 비쳐진다. 

물론 이너서클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전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효용성이 크고, 이들 또한 충남도정의 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나름대로 전문성과 경험, 노하우를 기반으로 올라선 자리이기에 도정에 힘을 보태고,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깨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소수의 집단이 요직을 물려주고 물려받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객관성을 잃기 십상이다. 

또한 권력의 편중은 인사 참사 뿐 아니라 부정과 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인사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끼리끼리 문화나 ‘형님-아우’하는 관행을 바탕으로 한 정책 결정은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민선8기 힘쎈충남을 표방하며 다양성과 개방, 개혁성을 중시하는 김태흠 지사 스타일로 볼 때, 배타성 짙은 인맥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은 도정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 뿐이다. 

도의 한 고위공직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김태흠 지사는 낡고 부조리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적 연고로 구성된 비공식 인맥을 ‘꽃보직’에서 배제했다”며 “조직을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바꾸기 위한 의중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5급사무관에 여성 공직자가 20%도 안되는 이유에 대해선 “민선 8기가 끝날 무렵에는 역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력 구조상 남녀 성비가 65대 35 정도로 남성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현재 6급 이하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70%를 차지해 불가피하게라도 여성 고위직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장직들을 복수직으로 바꿔 주요 행정직에 등용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도 시사했다. 

김 지사가 시도한 이번 새로운 인사 시스템이 추후 어떤 평가를 받고 반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내포=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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