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내년도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현 정원을 합쳐 5058명에 이른다. 이번 의대 증원은 1998년 이후 27년만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종료 직후 브리핑을 개최해 이같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이번에 증원하는 2000명 규모는 올해 정원의 65.4%에 달한다. 정원 확대는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으로, 27년만이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원 감축에 합의해 2006년 3507명에서 3058명으로 정원이 줄어든 바 있다. 이후 의대 정원은 쭉 동결됐다.
이같이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건 의사 수 부족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출산’ 등 보건의료 현장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방 병원들은 의사 구인난에 곡소리를 내고 있고, 환자들은 새벽 KTX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는 실정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의사 수가 1만명 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여기에 취약지역에 부족한 의사 수 5000명을 더한 수치다.
의료계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집행부 총사퇴와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공의들도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등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회원 4200명(전체 28%)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파업의 관건은 전공의 참여다.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추진 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전공의의 80%가량이 파업에 참여하며 복지부가 백기를 든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대 증원에 앞서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선 “국민 생명과 건강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의료 개혁에 의료계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