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구매한 ‘건강기능식품’, 믿고 먹어도 괜찮을까

중고거래로 구매한 ‘건강기능식품’, 믿고 먹어도 괜찮을까

건기식 재판매 ‘불법’, 최대 5000만원 벌금
중고거래로 샀다간 낭패…이상반응 나타나도 책임 묻기 어려워
소화불량 등 부작용 매년 1000건 이상…약사회 “안전성 우려”
식약처, 오는 4월부터 ‘건기식 재판매 허용’ 시범사업 실시

기사승인 2024-02-12 06:00:02
설을 맞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   번개장터 캡처

설 명절을 맞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선물세트를 되파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건강기능식품도 주요 거래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는 아직 불법인 데다 안전성 우려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설 명절을 맞아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 영양제부터 녹용,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 일반 소비자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이미 판매가 완료됐거나 예약됐다고 기재된 경우도 숱하다.

한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규정이 들어가 있거나 타인의 신고가 있으면 차단이 이뤄지는데, 월 평균 자동 차단 약 1만1000건, 신고 차단 약 2만9000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등록된 건강기능식품판매업자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 자격이 없는 개인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이 사실을 몰랐더라도 당연히 예외는 없다. 무료 나눔 역시 영업 행위에 포함된다. 이밖에 의약품, 동물의약품, 의료기기, 시력교정용 제품 등의 온라인 중고거래도 위법이다.

특히 판매자 뿐 아니라 구매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구매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지만, 피해를 입을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적으로 판매된 거래 금지 품목은 용량이나 품질에 이상이 있더라도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할 제도적 수단을 찾기 어렵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건강기능식품은 복용한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더라도 책임 소재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식사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나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제조·가공한 것으로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제품 패키지에 건강기능식품 마크와 기능 정보, 일일 섭취량 등을 정확하게 표기하도록 돼 있다.

효능이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관하지 않거나 중복된 기능성 원료를 복용해 하루 섭취량이 넘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보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보고현황에 따르면 △2019년 1132건 △2020년 1196건 △2021년 1344건 △2022년 1117건 △2023년 1434건으로 나타났다. 

증상별로는 소화불량이 8755건(전체 이상사례의 44%)으로 가장 많았다. 가려움과 같은 피부 증상도 3880건(19.5%)에 달했다. 체중증가 등의 증상을 경험한 사례는 2560건, 어지러움은 2111건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사례는 1842건으로 전체의 15.7%를 차지했다.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건강기능식품을 중고거래로 사서 복용할 경우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처럼 인체 내 일정한 대사를 거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염 환자는 비타민C를 복용할 경우, 위벽을 자극할 수 있어 빈속에 먹으면 안 된다고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며 “건강기능식품 역시 기존 복용하고 있던 제제들과의 상호관계, 부작용, 효과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은경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부회장도 “약국은 일정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등 약 보관에 있어서 안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개인이 집에서 보관하는 것도 문제인 데다 소비기한이 지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도 있어 개인 간 거래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 연휴엔 ‘불법’이지만…올 추석엔 건기식 중고거래 허용된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엔 불법이지만, 오는 4월부터는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지난달 16일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개인이 소규모로 건강기능식품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라고 식약처에 권고했다.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은 상온으로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고, 소비기한도 일반 식품보다 길기 때문에 재판매를 허용해도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오는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제도화할 방침이다. 안전성 문제와 이에 따른 책임 소재 판단, 소규모 판매에 대한 관리 어려움 등 우려사항의 해소를 위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올해 4월경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면서 “현재 시범사업 세부 허용 기준과 일탈행위를 감시·차단하는 관리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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