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도전에 나선 이 후보를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 중랑을은 험지가 아닌 고향이자 탈환지”라며 “지난 9번의 선거에서 중랑구 출신 정치인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지역 출신 정치인이 필요하다. 중랑을 되찾아 주민들에게 헌신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 후보는 이른바 ‘동부벨트 4인방’ 중 한 명이다. 이 후보를 비롯해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후보, 김재섭 도봉갑 후보, 전상범 강북갑 후보가 속한다. 이들은 ‘운동권 정치 청산’을 내걸고 의기투합한 국민의힘 소속 3040 세대다. 출마 지역구에서 나고 자라 지역 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는 ‘이재명 3비서 격파’를 동부벨트 4인방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 후보의 출마지인 중랑을의 현역 의원은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박홍근 전 원내대표다. 이재영 후보가 출마하는 서울 강동을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실장’이었던 이해식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상범 후보가 나선 강북갑의 천준호 의원은 현재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이 후보는 “공교롭게도 우리가 상대하는 후보들이 운동권 출신이자 이재명 대표의 비서 출신”이라며 “86 운동권들의 카르텔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이상 국가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음은 이승환 후보와의 일문일답
-출마를 결심한 각오가 있다면.
▷2011년 ‘무급 인턴’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국방위 국정감사를 치르며 정치의 힘을 느꼈다. 해병대에서 동사 사건이 제일 많아 살펴보니 이유가 있더라. 지급되는 방한 용품이 가장 적었다. 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응집된 최정점이 국회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10년간 여의도에 몸담았다. 정병국·원유철·정우택 의원실을 거치며 30대 초반에 4급 보좌관을 달았다. 13년간 출마를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쌓았다.
-중랑을은 ‘보수 험지’로 꼽힌다. 해당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중랑 말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중랑구는 제 삶 자체다. 상봉동 공장 사이에서 태어나 면목동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중랑천이 지나는 중화동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묵동의 고등학교를 나왔다. 우림시장이 있는 망우동에서 배달 일을 했고, ‘신내동’에서 결혼하고 둥지를 틀었다.
중랑구는 험지라기보다는 되찾아야 할 탈환지다. 지난 9번의 선거에서 중랑구 출신 정치인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중랑구의 특징은 7080년대 외지에서 정착한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정착민 2세대가 딱 제 연령대다. 저는 정착민과 토착민들의 정서를 모두 가졌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지역 출신 정치인이 필요하다. 전 정치를 하기 위해서 중랑구를 택한 게 아니라 중랑구를 위해서 정치에 투신했다. 중랑구를 되찾아 주민에게 봉사하고 싶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 정권 교체에 기여했다. 모험이라는 생각도 있지 않았나.
▷대선 당시 여의도 밥을 먹은 지 딱 10년째 되는 해였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도저히 살 수 없겠더라. 86 운동권들의 카르텔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이상, 국가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이재명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은 국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창기 윤석열 후보 캠프의 영입 보좌관으로 들어가 11개월간 무급으로 뛰었다. 모험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정치는 자기 믿음과 신념으로 해야 한다. 간 보지 않고 ‘올인’해야 성과가 난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라는 경력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처음엔 ‘용산 참모’ 마케팅보다 ‘토박이 마케팅’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 인사들이 중랑구를 방문했다. 중화2동 모아타운 사업지를 둘러보고, 재건축·재개발 새 기준을 발표했다. 그간 시장만 방문했던 역대 대통령의 행보와 달랐다. 그때부터는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다. 중랑 발전의 원팀을 이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중앙 정치권이나 언론에선 젊은 정치인을 선호하지만, 막상 지역 현장에 가보면 ‘다 좋은데 너무 젊은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제가 41살이다. 그런데 3선한 박홍근 의원이 연고도 없는 중랑구에 정치한다고 왔던 때가 저랑 같은 나이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 편견이 많이 깨지더라.
청년 정치인이라는 한계를 딛고 ‘퓨처 메이커(Future-Maker)’로 살아남는 법은 간단하다.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면 된다.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정치적 가산점을 얻으려고 해선 안 된다. 제가 속한 ‘동부 벨트 4인방’은 모두 3040세대지만, ‘청년 벨트 4인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 발전에 대한 책임감, 자기 헌신이 뒤따르는 지역 출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뜬금없이 꽂힌 인물이 아니라 지역 사정에 밝으면서도 고도의 정치적 트레이닝을 받아온 이들이 필요하다.
-현재 중랑 지역의 최대 현안은.
▷중랑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백화점과 예식장, 격식을 갖춘 고급 식당이다. 다 없어졌다. 생활, 소비, 문화 수준이 계속 떨어진 셈이다. 중랑은 민주당 치하 12년간 86운동권 정치에 발목잡혀왔다. 망우 복합역사개발은 20여 년간 소문만 무성하다. 17여 년간 말만 나온 면목선 경전철, 14여 년간 지지부진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5년여간 뜸만 들여온 SH공사 이전까지 어느 하나 이뤄진 게 없다. 민주당이 지역 발전을 저해시키면서 진통제 같은 정책들만 난발해왔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노동·연금 3대개혁이 안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싸우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총선 판세는 어떻게 예상하나.
▷153석만 얻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서울에서 이겨야 한다’, ‘서울에서 이기려면 제가 이겨야 한다’. 탈환지인 중랑에서 제가 이기면 국민의힘도 이긴다. 정치적 부담감을 가지고 선거 운동을 뛰고 있다.
-나에게 정치란
▷정치란 국민의 대리운전 기사가 되는 것이다. 대리기사는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로 운전해 데려다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옷, 권력이라는 핸들 역시 언제든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고객의 차를 본인의 자동차라고 생각하며 찬탈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86 운동권이다. 저는 다르다.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가 되겠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