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활용하는 ‘넷아트’의 선구자 슈리칭이 ‘LG 구겐하임 어워드’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슈리칭에게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여했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자인 슈리칭에게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트로피가 수여된다.
대만 출신인 미국 작가 슈리칭은 지난 1979년 뉴욕대학교에서 영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을 주무대로 삼았으며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 중이다.
슈리칭은 디지털 아트, 설치 미술, 영화 제작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펼치며, 30년 넘게 VR(가상현실)·코딩 등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이어왔다. 특히 인터넷 기술 초창기인 1990년대에 넷 아트(Net Art, 인터넷을 활용하는 현대미술 장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선구자다.
슈리칭의 대표작 8점은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뉴욕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슈리칭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주제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지난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3x3x6’은 소셜미디어와 CCTV 등 디지털 사회에서 항상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현대인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상과학, 인종, 젠더 정체성 등을 다루는 대담함과 미래를 예측하는 남다른 시야도 슈리칭 작품의 특징이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 작품에서 이미 대체화폐,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등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견하기도 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국제심사단은 5명으로 구성됐다. 미국, 이탈리아, 남아공 등에 위치한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큐레이터, 아티스트 등이다. 세계 곳곳에서 추천된 작가들의 작품을 4개월간 심사해 수상자를 선발한다.
국제심사단은 “슈리칭은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예술을 펼치며 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왔다”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슈리칭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슈리칭은 수상소감으로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지원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현대미술계에 매우 큰 의미”라며 “이 명예로운 상을 받아 앞으로의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가는데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슈리칭의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을 축하하는 행사는 오는 4월2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다. 또한 오는 5월에는 슈리칭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올해 2회째를 맞았다. 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난 2022년 발족한 ‘LG 구겐하임 글로벌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오는 2027년까지 해마다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지난해 LG 구겐하임 어워드 초대 수상자로 선정된 AI(인공지능) 아티스트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는 올해 1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그녀의 최신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LG의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딘킨스의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