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겹치는 기회…의대 증원의 그림자

비극과 겹치는 기회…의대 증원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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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환자 불편이 커지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일부 로펌들이 이를 기회로 삼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고 소송에 모든 것을 거는 등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로펌이 전공의 단체 사직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경우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 법률적 도움을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A법무법인은 블로그에 “이번 사태의 경우 병원이나 전공의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으면 위법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 파업으로 피해를 입게 된 경우 손해배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A법무법인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 집단행동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7세 아동의 응급치료를 거부하고 2시간 정도 거리인 타 병원으로 전원 보낸 병원이 있었다. 결국 아이는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언어장애, 간질 후유증 등을 앓게 됐고 법원은 아이 보호자에게 병원이 5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A법무법인은 “현재 환자들에게 열려있는 유일한 법적인 대응 방법은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라며 “의사 파업으로 인해서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건강이 악화됐거나 치료 기회를 상실했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통해서 피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은 환자가 병원, 의사에게 의료 서비스 정상화에 대해 촉구하는 유일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환자 피해 사례 검토와 소송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전화 달라”고 알렸다.

B법무법인도 진료 거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소송을 강구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B법무법인은 “현재 사태는 의료법 총칙에서 선포하고 있는 의료인의 사명을 유기하는 행태”라며 “의료진의 진료나 수술, 치료 거부 행위는 의료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형사처벌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지난달 20일부터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환자 피해가 쌓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6시 기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는 총 388건의 피해 신고서가 접수됐다. 수술 지연이 290건, 입원 지연이 15건, 진료 취소가 47건, 진료 거절이 36건이었다.

환자들은 지금 상황이 마치 “늪지대와 같다”고 말한다. 의료대란으로 궁지에 몰린 환자가 기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으면서 절망이란 늪에 빠지게 되고, 치료를 포기한 채 절박한 마음으로 어딘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정말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 공생관계라면 괜찮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라며 “정글에서 부상당한 동물은 힘 있는 동물에게 잡아먹히기 마련이다. 의료공백으로 현재 환자들이 딱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픈 환자들은 더 이상 의지할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귀가 얇아지면서 어느 누가 손을 내밀면 아주 쉽게 잡아버린다”며 “복지부 등 정부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환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대표는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호소문을 통해 “당장 죽을 병이 아니라며 2주째 항암이 미뤄지고, 항암을 견뎌 겨우 얻은 수술이 응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생명을 구걸이라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법무부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전국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나 가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률 상담을 지원한 사례는 지난 5일 오후 6시 기준 115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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