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친문 인사인 김부겸 전 총리를 선거대책위원회의 사령탑에 내세우며 민주당 내 공천 갈등이 전환점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전 총리는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해 선대위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며 “친명(친이재명)이니 친문(친문재인)이니 하는 것들을 이제 스스로 내버리자. 작은 차이와 다름을 내려놓고, 국민이 원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민주당뿐”이라며 “제가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당의 화합과 통합을 해치고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일은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 전 총리를 상임선대위원장에 영입하면서 ‘통합’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통합의 차원에서 공동 선대위원장 중 한 분으로 요청했다”고 김 전 총리 영입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잠재우며 ‘정권심판’ 프레임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전환 국면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천 반발로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던 고민정 의원도 이날 ‘정권심판’을 강조하며 복귀했다. 고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 중 유일한 친문계 인사다. 당내 통합을 위해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전날 직접 고 의원의 복귀를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것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것이 같은 목표를 두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차이보다 공통점을 보며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강물이든 시냇물이든 구별하는 것은 바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중심에 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 정권 심판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선대위 핵심 키워드로 통합과 정권심판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대위 4대 키워드는 혁신, 통합, 국민참여, 심판”이라며 “공동선대위원장에는 각 키워드를 상징하는 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천 갈등의 여진은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지만 이번 주까지 경선 결과 발표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전혜숙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명은 척결의 대상이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경선에서 친명계인 이정헌 전 JTBC 앵커에게 패배했다. 이날 광주 동남을에서 공천 배제된 김성환 전 광주 동구청장도 이날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