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2대 총선 레이스의 종착점에 다다랐다. 여느 때보다 치열하고 말이 많은 총선 국면, 결정적 순간 10장면을 선정했다.
① 이준석-이낙연 탈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당 대표까지 역임한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노원 상계동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국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는 당내 만류에도 1월 11일 국회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24년간 몸담은 민주당을 떠난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졌다.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② 한동훈 비대위 등장
지난해 5월 전대에서 선출된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12월 29일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에서 쉽사리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그였기에 특히 주목받았다.
③ 윤-한 갈등 촉발
1월 21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일명 ‘윤-한 갈등’이 촉발됐다. 대통령실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천’ 논란 등을 이유로 사당화를 우려, 사퇴를 요구했다. 1월 23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3월에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거취를 두고 재충돌했다 3월 22일 서해수호의날 두 사람이 재회하며 봉합됐다.
④ 조국 신당의 등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월 13일 창당 선언과 함께 22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고 세간의 예측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내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더 높은 비례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⑤ 3지대 실패의 서막…이준석-이낙연, 11일만 결별
기성 정당을 탈피해 제3지대를 연 4개 세력이 2월 9일 전격 합당을 발표했다. 이준석 대표를 앞세운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새로운미래가 포함됐다. 하지만 합당 선언 11일 만에 마찰을 빚으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비명계 탈당파 3인(이원욱·조응천·김종민)은 각기 다른 노선을 탔다. 연초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았던 제3지대는 합당 번복 이후 대중의 관심 밖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⑥ ‘비명횡사’ 논란 민주당 공천
공천에는 늘 잡음이 일기 마련이나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비명횡사’라고 불릴 만큼 큰 논란을 빚었다.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하위 20% 통보받았다. 이에 반발해 일부는 탈당, 일부는 패널티를 감수하고 경선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친문계 핵심으로 불린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컷오프됐고, 박용진 의원은 거듭된 경선에서 동일한 패널티를 받으며 결국 공천받는 데 실패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를 두고 ‘공천 혁명’이라고 자평했지만, 비명계를 말살하는 일명 ‘비명횡사’라고 표현도기도 한다.
⑦ 야당 후보의 각종 논란 부상
공천 이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여야 후보들의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상대적으로 공천 잡음이 컸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서 각종 논란이 더욱 조명됐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는 서초구 아파트를 구매하는 과정에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사업자 대출을 받아 논란이 됐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수원정 후보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의 미군 성상납, 연산군 스와핑 발언 등 각종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당은 후보 개인의 문제라면서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⑧ ‘대파’ 논란, 야권의 거센 공세
현장 물가 점검을 위해 3월 18일 서울 서초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을 들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물가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가격이 반짝세일 가격이라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야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권심판론의 구호와 연결해 ‘대파 논란’을 키웠다
⑨ 전직 대통령의 총선 지원 유세
문재인 전 대통령이 22대 총선에 얼굴을 비취면서 직간접적인 지원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라는 과거 발언과 다르게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PK 지역 민주당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세 등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⑩ 준연동제 유지, 다시 출현한 위성정당
22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남기고 기존 준연동제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안이 결정됐다. 지난해 4월까지 확정돼야 했던 선거구 획정안도 11개월이나 늦게 정해졌다. 준연동형이 유지하게 되면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출범시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소수정당들과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을 만들어 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