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이종배·추경호·송석준 후보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들은 정견발표에서 변화와 혁신, 건강한 당정관계를 이뤄내겠다며 원내 표심 잡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8일 국회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정견발표회를 진행했다. 정견발표회에는 오는 9일 투표권을 행사할 당선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원내대표 후보 세 명은 이날 22대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원내대표 도전 배경과 포부를 밝혔다. 3분씩 정견을 발표하고 공통질문 5개를 돌아가며 답했다.
3선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은 ‘정책정당’과 건강한 당정관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으로 당정 소통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의원은 “원내대표는 잘해도 본전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급기야 독배로까지 불린다. 저 역시 사즉생의 각오로 나섰다”며 “모든 원내전략의 최우선 목표를 국민을 향한 민생과 정책대결에서의 승리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거대야당의 의회독재에는 강하게 맞서겠다”며 “당정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인식 하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당정 체계를 구축하겠다. 의원님 한 분 한 분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원내배치와 역할 부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다선인 이종배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 경험과 중도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당의 초대 정책위의장을 맡아 4.7 재보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승리에 초석을 닦은 바 있다”며 “저는 우리당에 가장 절실한 중도확장성을 갖고 있다. 계파와 지역문제에서 자유롭고, 보수와 중도, 진보가 삼분돼 있는 충북에서 다섯 번의 선거에서 승리했는데, 이 모든 경험을 쏟아부어 국민의힘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는데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론 분열 방지 대책을 묻는 공통 질문에 “원외와 원내 목소리가 다르다. 원 내외가 만나 토론하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며 “원외도 우리 당의 정책위원회에 참가시키겠다”고 답했다. 또 초선 당선인들을 우선시해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하겠다고도 했다. 44명에 달하는 초선 당선인들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서 3선을 달성한 송석준 의원은 총선 민심을 수용하고, 상생 정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의원은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환골탈태 자세로 변화와 혁신을 꼭 이뤄내야 한다. 위기상황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정당, 유능한 여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여당은 국민이 선택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책임도 있다”며 “개혁 입법 과제, 그리고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우리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데 앞장 서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핵심 상임위원장직을 최대한 확보해 중진 의원들의 활동 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송 의원은 “중요한 것은 원구성이다.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을 최대한 확보해서 중진 의원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겠다”며 “초재선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제대로 보람있는 의정활동을 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원내대표는 오는 9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당선인 108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22대 국회 개원 첫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이는 거야를 상대하며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강선 찐명’으로 꼽히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적할 유연한 협상 능력과 수평적 당정관계의 재정립 등 역량이 요구될 전망이다. ‘채 상병 특검’ 재표결 이탈표 단속도 과제로 꼽힌다.
이종배·송석준·추경호 3명의 원내대표 후보들은 모두 정통 행정관료 출신으로 고위직에 오른 후 국회에 입성했다. 출신 지역이 다르고, 친윤 성향이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내에서는 영남권 당선인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대 총선 국민의힘 당선인 108명 가운데 영남 지역구 당선인은 59명이다.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영남 출신 인사들은 더 늘어난다. 다만 영남 중심의 지도부가 4·10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힌 만큼, 영남중심 지도부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44명에 달하는 초선 당선인의 표심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특정 후보와 친소 관계가 거의 없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초선 지역구 당선인 28명 중 21명은 영남권으로, 일부 표심이 겹친다는 시선도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