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에너지원 성장에 필요한 법안들이 줄줄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제21대 국회가 폐원됨에 따라 풍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관련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그간 원전업계에선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 시설 등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하 고준위특별법안) 통과를 지속 요구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발전량을 점차 증대하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32기를 가동하면 총 4만4692톤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부터 국내 원전 내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될 전망이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원전에서도 부지 내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여야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놓고 대립하면서 끝내 법안은 폐기에 이르렀다.
풍력산업의 인허가 절차를 최소화해 업계 가이드라인이 돼 줄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 이하 풍특법) 역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풍특법은 해상풍력 발전에 필요한 입지를 국가가 선정하고 입찰, 주민 수용 등 현재 7~8년 이상이 소요되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평균 34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미 대만 등 해상풍력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정부 주도 방식인 셈이다.
중국의 해상풍력발전 설비량은 2013년 417MW(메가와트)에서 2022년 3만460MW로 급증했다. 지난 2016년부터 해상풍력에 돌입한 대만 역시 2025년 완공 예정의 발전용량 5.4GW(기가와트)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 중이지만, 대만보다 3년 일찍 해상풍력을 육성한 한국은 2030년 14.3GW 전력 공급 계획과 달리 현재 약 125MW 정도의 발전용량을 가동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해상풍력업계 관계자는 “풍특법에 따라 인허가 기간이 단축된다면 풍력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나,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를 넘지 못하면서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기엔 사실상 늦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송전망 부족을 해결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아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 송·배전 문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체계 구축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 대폭 개선 △현행 타 법들과 차별화된 보상·지원 제도를 통한 국민피해 최소화 등 정책적·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에너지원별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풍특법과 유사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한편, 21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는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455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37.8%)보다도 낮아진 역대 최저치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