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실종 수사 업무를 했을 때는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실종자와) 동명이인 4500명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체계적인 수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했었죠.”
3742명.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가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년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실종자 수다. 이 교수는 2012년 국내 최다 실종가족 찾기 공식 기록을 세웠다. 그에게 실종자 찾기는 ‘사명’이다. 지난 2017년 공직을 떠난 뒤에도 민간 실종 전문수사 기관인 CSI 탐정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그의 사무실로는 여전히 하루 3건 이상의 상담 전화가 온다.
촌각을 다투는 실종 사건 특성상 초동 수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실종 수사 업무는 인력도 전문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실종 사건은 신고 이후 1년이 지나면 각 시도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사건이 이관된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형사기동대는 6명으로 구성됐다. 살인, 강력 미제 사건 등 다른 업무와도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선 경찰 조직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종자가 어떤 사람인지, 장애가 있는지, 치매 노인인지, 아이인지, 아이라면 5살 이하인지 등 따져야 한다”며 “치매 노인이어도 병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실종된 경위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종자에 따라 수사 기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이 직접적으로 유전자를 국가원에 보내 형제들 간 유전자를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실종 아동 관련 소관 부처는 복지부와 경찰이 공동이다. 실종 아동 업무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종 치매 노인 업무는 중앙치매센터가 수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유전자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이나 중앙치매센터로 보내면 보장원이 국가원에 보낸다”며 “결과가 나오는 데 보름 이상 걸린다. 실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실과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종 관련 전문가 양성과 찾기 시스템 강화를 위해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종 수사 전문가를 양성해 전문적으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입을 연 그는 “민관에서 실종 아동 업무를 총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실종 예방과 교육, 정책 등을 제안하고 경찰에선 찾기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에 맞춰 실종 수사도 이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로 CCTV에 찍힌 얼굴 한쪽 면만으로 정면 얼굴을 복원해 낼 수 있다”며 “실종은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다. 과거보다 과학 수사와 더 연계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종 수사 AI 도입으로 사생활 감시와 인권 침해 등 우려도 나온다. 사람 생명을 앞두고 전적으로 허용돼야 할 부분이다. 당신의 자녀가 사라져도 사생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고 따질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