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해 심해에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전 존재 여부를 놓고 시추를 계획 중인 가운데 철통 보안을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석유·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숙이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추 탐사에 나선다.
당국은 해저에 석유와 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알아보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제 시작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면서 “이룬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예상 매장 자원은 가스가 75%, 석유가 25%다. 이에 따라 실제 대량의 자원이 발견된다면 석유보다는 가스의 비중이 훨씬 높은 가스전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한국이 얕은 동해 대륙붕에서 개발했던 소규모 동해 가스전과 달리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km 이상 깊이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해야 해 한번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 약 1000억원의 큰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이번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5차례 탐사 시추공을 꽂으면 석유를 한 번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북해유전 성공률이 3%, 통상 10%만 돼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다만 개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최대한 기존의 물리 탐사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한 뒤 탐사를 효율적·경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로부터 받은 물리 탐사 분석 결과에다 추가로 국내외 업체와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한 검증을 거쳐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인 대왕고래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 브리핑’을 통해 대규모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추 계획을 공식 발표했지만, 대왕고래라는 프로젝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계획 중인 탐사 시추가 연말부터 이뤄지면 석유·가스의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이 일차적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심해 석유·가스전의 경우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자원 매장량 확보가 개발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중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매장량에 따라 (개발) 비용은 달라지는데 내부적으로는 개발 비용도 어느 정도 범위로 예상하고,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인접한 한국, 일본, 중국 3국이 터미널, 액화 설비 등 충분한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를 가진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적은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