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개정안 재추진한다는 정부…“시장 개입 신중해야”

유통법 개정안 재추진한다는 정부…“시장 개입 신중해야”

여소야대 형국 속 유통법 개정안 논의 주목
산업부 “법안 개정해 지자체장 부담 덜 것”
“시장 자본주의에 입각한 접근 방식 필요해”

기사승인 2024-06-05 06:00:27
이마트의 휴일 운영 안내문.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던 유통법이 이번 회기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5일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매월 2회씩 공휴일에 휴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규제가 상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소비자 편익만 저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고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안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총선 이후 ‘여소야대’ 지형이 굳혀지면서 유통법 개정은 물건너 갔다. 그간 야당은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통법 개정을 반대해 왔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도 야당의 반대로 소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의무휴업은 대구, 청주를 시작으로 평일 전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이해당사자와 협의해 의무휴업일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27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오전 0시~8시(8시간)에서 오전 2~3시(1시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시행했다. 서초구는 앞으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최종 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영업시간을 변경할 예정이다. 사실상 7월부터 영업제한 시간이 풀리면서 서초구 내 대형마트는 새벽배송을 포함한 온라인 영업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서초구 사례를 신호탄으로 타 지차제까지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제한 완화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확대해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대형마트 점포를 거점으로 주간 배송을 하는 업체의 경우 새벽배송 수요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새벽배송 수익성을 고려해 철수한 업체들이 많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번 의무 휴업해야 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자는 게 골자다. 현행법상 휴일·새벽배송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현행법상 명시돼 있진 않다. 법제처는 2021년 당시 ‘영업시간 외 시간에 점포에서 물건을 반출하는 것은 영업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의무휴업 평일 전환과 달리 새벽배송은 법 개정이 중요하다.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선 물류와 시설, 인력 등을 갖춰야 하기에 투자 비용 대비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여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소야대 정국인 제22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개정안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들은 22대 국회에서 똑같이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안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정해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법을 개정해 지자체장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통법 개정안을 두고 자율규제 방식을 취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정부의 강한 규제는 산업 생태계를 옥죄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통시장 등 산업을 하나의 상생구도로 봐야 한다”면서 “산업 생태계를 옥죄는 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원보다도 시장 자율에 맡기는 자본주의에 입각해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정 산업을 건들면 또다른 규제를 낳게 되고 자유로운 활동이 어렵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의 C커머스 공략이 거세지고, 이제 온라인 쇼핑으로 대세가 움직이면서 유통 변화도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유통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급적 규제를 풀어주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론을 형성해 논의가 이뤄질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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