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무통 주사(PCA)와 수술 부위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의 병용시술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 예고를 내자 산모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관련 사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복지부는 출산 때 산모들이 맞는 진통제인 일명 ‘무통 주사’(경막 외 마취제)와 제왕절개 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 ‘페인버스터’를 오는 7월1일부터 함께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급여 기준 변경 행정 예고를 했다.
고통을 없애준다는 뜻의 페인버스터는 주로 제왕절개 수술 등에 쓰인다. 제왕절개는 수술과 함께 마취가 이뤄져 통증이 적으나 마취가 풀리면서 수술 부위에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 경감을 위해 수술 부위에 초소형관인 카테터로 국소마취제를 극소량 주입하는데, 수술 부위에 직접 투여해 통증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지난 2010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됐으며, 2016년엔 선별급여로도 등재됐다. 페인버스터는 무통 주사로 알려진 경막 외 마취제와 함께 사용되는 추세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페인버스터가 충분히 안전성은 갖췄으나, 무통 주사와 병행 사용 시 통증 감소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병행 사용 비권고’ 판정을 내린 것을 급여 기준 변경 근거로 들었다. NECA는 “전신적 독성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복지부는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학회와 다수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쳤다”며 “다수의 전문가가 PCA·CWI 병용 시술법을 다른 통증조절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행정 예고한 대로 시행되면 출산 시 무통 주사를 사용할 수 없는 산모에게만 페인버스터가 급여로 인정하고, 개인부담률은 기존 80%에서 90%로 높아진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반발은 컸다. 산모들은 온라인상에 “저출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나”, “저출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국민청원에도 관련 내용이 게시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도 페인버스터 병용 사용에 힘을 실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산부가 그대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복지부는 11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선택권을 존중해 달라는 산모와 의사들의 요청 의견과 앞서 수렴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해당 시술법의 급여 기준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