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으로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 여러 번 기운 양말, 덧댄 장갑, 구멍 난 유아용 바지 등 생필품 쓰레기도 발견돼 북한 내부의 열악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통일부는 24일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통일부는 “오물에 대한 전문기관 분석 결과, 살포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인분에서 나온 기생충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는 환경이나 생활환경이 비위생적일 때 발생하는 만큼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된다. 다만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은 소량이며, 군에서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토지 오염,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통일부는 부연했다.
풍선 안에는 일반 생할 쓰레기보다 일정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이 다수 발견됐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하려는 흔적이 보였다. 다만 생활실태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궁핍함은 숨기지 못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몇 번씩 기워 신은 구멍 난 양말, 구멍 뚫린 유아용 바지,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 옷감으로 만든 마스크 등이 포함됐다. 통일부는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며 “특히, 아동용 의류와 양말도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오물풍선에는 과거 대북지원 물품도 함께 담겼다. 과거 국내 업체가 북한에 지원한 넥타이와 청재킷 등을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한 모습이다. 이 업체는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 왔다. 정부 당국은 브랜드 상표를 보고 해당 업체 지원 의류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적대국, 교전국 기조 부각과 함께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용도로 과거 지원 물품을 훼손해서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풍선에서는 해외 유명 상표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상품도 다수 발견됐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 ‘미키마우스’,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등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이 나왔다. 특히 청바지(스키니진) 등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식별됐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오물풍선에는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들이 잘린 채 들어 있기도 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가 반으로 잘려져 있었다. 김정일 또는 김정은의 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라고 명시된 문건 표지도 나왔다.
북한 형법(64조 등)에 따르면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단기간에 오물풍선 공세를 펼치기 위해 급하게 쓰레기를 조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오물 살포에 동원된 일반 주민들의 의도적 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긴급한 행정력 동원에 따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오물 살포에 대한 반감 및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