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거물급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 결과 예측은 안갯 속에 빠진 형국이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지난 23일, 유력 당권주자들이 차례로 출마 선언하며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날 1시 나경원 의원을 시작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후 2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오후 3시)은 1시간 간격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 본인의 지역구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당권주자로 물망에 오른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김재섭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사실상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당권주자들은 출마의 변과 함께 극한의 여소야대 정국 속 각종 특검법에 대한 여당의 입장과 향후 당의 개혁 방향성 등을 함께 밝혔다. 당정관계와 관련해선 한 전 위원장은 ‘수평적 재정립’을, 나 의원은 ‘당정 동행’을 내걸었다.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온 ‘당정 원팀’을 제시했다. 친윤 주자로서 한동훈 전 위원장의 독주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권 주자들은 당 초선의원 공부 모임을 시작으로 일제히 우군 확보에 나섰다. 나 의원, 원 전 장관, 윤 의원, 한 전 위원장은 24일 초선 공부 모임에 총출동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로 치러진다. 여당 소속 초선의원은 전체 108명 중 44명으로, 40%에 달한다. 당원 ‘표몰이’를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당권주자들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나 의원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을, 한 전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세 불리기에 나섰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맞서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민적 불신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나머지 세 후보는 당과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한동훈 구도 굳히기에 나섰다.
나 의원은 24일 “특검 이슈로 논쟁 붙는 것 자체가 야당 의도를 따라가는 것인데, (채상병 특검을) 논의하는 자체가 나이브한(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이 의구심이 있기에 채해병 특검법을 반대할 수 없다고 했는데 조국혁신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한동훈특검법’은 어떻게 해야 되나”라고 날을 세웠다.
원 전 장관도 이날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지난 2년간 검찰이 수사했지만, 결론을 냈느냐”며 “민주당의 특검 소재로 주렁주렁 끌려오는데 2년 동안 우리 법무부는 뭘 했고, 여당 지도부는 뭘 했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법무부 장관 출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친윤·반윤 딱지 붙이기 자체를 거부한다”면서도 “집권여당의 당대표를 한다는 사람이 대놓고 ‘반윤’ 하자고 달려들면 콩가루 집안 아니겠냐”라고 질타했다.
한 전 위원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고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최고위원 4명이 대표 리더십에 반발해 사퇴할 경우, ‘지도부 해체’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지명직 최고위원 1명 외에 적어도 선출직 3명 이상과 팀을 꾸려야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하다. 안정적 리더십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우군을 지도부에 입성시키기 위한 당권주자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캠프’는 1인당 2표인 최고위원으로 재선 장동혁 의원과 초선 박정훈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총선 영입 인재인 진종오 의원이 청년 최고위원으로 나선다. 원 전 장관은 이날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의원을 직접 찾아가 최고위원 출마를 권유했다. 초선 김민전 의원도 원 전 장관의 요청으로 최고위원에 나설 전망이다. 나 의원은 전날 “러닝메이트 정치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인 여의도 정치 모습”이라고 답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