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피부랑 눈썹, 입술 색 정도는 남자도 관리 해야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도 제품을 테스트해 볼수 있어 좋아요. 종류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6일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김현식(29)씨는 할인 중인 아이브로우와 컨실러 한개를 익숙한 듯 집어들었다. 김씨는 “2~3년 전 여자친구가 처음 눈썹을 그려 준 이후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선크림을 바른 뒤 과하지 않은 정도로만 잡티를 가리고, 눈썹 정리와 립밤을 바르는 정도의 화장은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방문한 올리브영 매장에는 여성 고객 못지않게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손님이 눈에 띄었다. 토너나 수분 크림 등 기초화장품부터 선크림, 비비 크림 등 피부 화장품 코너를 둘러보는 고객이 가장 많았다.
맨즈 뷰티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2022년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조923억원 수준으로, 2020년 이후 매년 성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올리브영도 남성 회원 입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리브영의 남성 회원 매출은 연평균 30% 증가했다. 남성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군도 올인원 화장품이나 면도용품에서 자연스러운 생기를 더하는 남성 색조나 헤어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늘어나고 있다.
올리브영은 오는 30일까지 남성 고객을 위해 맨즈케어, 젠더리스 상품을 선별해 제품을 할인하는 ‘더 팩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최근 퀄리티 좋은 뷰티 아이템을 선보이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다이소에서도 뷰티 용품을 찾는 남성 고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매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다이소를 찾은 김모(33)씨는 “제품이 궁금하기는 한데, 아직 대놓고 화장품을 사기는 아직 민망한 것 같다. 직원이 옆에 오면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그런데 다이소 안에 있는 화장품 코너는 눈치 보일 일도 없고, 테스트도 해볼 수 있어서 가끔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확실히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튜버도 많아지고, 관리하는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호감’이 되면서 주변 남자 지인 중 비비 정도 바르는 사람들은 많아졌다”고 전했다.
화장품 회사들도 남성 뷰티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맨즈 뷰티 브랜드인 ‘비레디’는 쿠션이나 파운데이션을 다양한 컬러로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비레디는 2022년 ‘남성 토탈 스타일링 브랜드’로 리브랜딩한 이후, 2022년 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64%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0년~2023년 비레디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76.9%”이라며 “지속해서 대표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여러 화장품 업계가 맨즈 뷰티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용 화장품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동형(27·가명)씨는 “맨즈 뷰티가 유행한 지는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시중에 주로 나오는 남성 화장품은 잡티를 가려주는 쿠션이나 비비크림 정도인 것 같다”며 “음영이나 간단한 색조 화장 정도는 도전해 보고 싶은데 제품이 많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 화장품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남성 화장품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긴 하지만 그 추이가 빠르지는 않다. 남성이 다양한 화장품을 이용해서 꾸미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화장품 회사에서 (맨즈 뷰티)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생산하기 시작하면 맨즈 뷰티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피부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여성 화장품처럼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다양화하기가 어렵다”며 “아직 맨즈 뷰티 라인에서 색조 화장품 출시에 힘을 주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