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무장론’이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는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며 연일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한동훈·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나 후보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 등 ‘핵무장의 3원칙’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차원의 보다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나 후보는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북·러협력 등 국제정세도 우리 대한민국 안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지만, 미래 안보환경 변화까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제사회의 역사는 외부의 위협을 억제할 ‘힘이 있는 국가’만이 생존해 왔음을 보여준다.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제 핵무장 고민은 3가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우선 “첫째,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이라며 “한미 간 협력을 통한 핵무장이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견인해 내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또 “생존을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이나 영구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핵 군축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 내고, 평화를 회복하는 핵무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나 국제규범으로 인해 핵무기 개발이 제한된다 해도, 핵무기를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있는 준비는 당장 하겠다”며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담보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당권주자 4인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동훈 후보는 핵전력 강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나 의원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는 “국제 정세는 늘 변하기 때문에 동맹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 갖추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며 “그 잠재력을 갖추는 것 정도가 국제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실효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윤상현 후보 역시 “지금 당장 핵무장은 힘들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접견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핵무장은 국제적으로 외교적 고립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선언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한반도 영해 바깥에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 전략자산 갖다 놓고 한미 간 핵 공유 협정 맺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이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러 군사동맹 강화로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심정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우리는 지난해 한미 양국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 성과를 얻었다.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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