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체중감량 비법으로 꼽아 주목을 받은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한국에 출시된다. 후발주자로 나서는 국내 제약 업체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전망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종 제약 업체들은 피부에 붙이거나 약효를 늘리는 식의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를 개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주문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제 1개를 일주일에 한 번씩, 4회 투여하도록 제조됐다. 출하가격은 1펜당 37만2025원에 책정됐다. 건강보험 적용 없이 출시되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실제 처방가격은 의료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 국내에선 고도 비만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선보인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이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췌장을 자극,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뜨린다. 음식물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식사 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고 식욕도 줄어들게 한다. 임상시험 결과, 주 1회 68주간 투여했더니 체중이 평균 1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가 출시되면 국내 비만약 시장 판도도 바뀔 전망이다. 현재 노보노디스크가 판매 중인 비만치료제 ‘삭센다’에 비해 위고비는 투약이 편리하고 감량 효과도 더 커 해외에선 공급난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치료제 시장은 약 1780억원 규모인데 삭센다의 점유율이 1위로, 37.5%를 차지하고 있다. 삭센다의 수요가 위고비로 옮겨가고, 비만약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제약사들도 위고비의 시장 선점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약효를 늘리거나 붙이는 식으로 투약 편의성을 높여 위고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 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박람회(CPHI 2024)에서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처음 공개했다. 한 달에 한 번만 투약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위고비 등 현재까지 공개된 제품들은 매일 혹은 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 통증 없이 붙이기만 하면 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약도 선보였다. 매우 작은 바늘들이 체내 투입 후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주사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주고,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마이크로니들은 오염이 쉽고 약물이 균일하지 않은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극복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성장호르몬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기도 했다. 생물의약품 용해성 마이크로니들로는 국내 첫 사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액체 상태의 용액을 고체 바늘 형태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압건조’ 공정을 적용해 약물을 바늘 끝부분으로 배치하고, 패치가 피부에 부착되기 전까지 완전 밀봉되어 안정적인 품질과 일관된 약물 전달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식약처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것은 생물의약품을 탑재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로는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