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의사 수를 늘려도 의료비가 늘지 않고 의사의 수익도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의사 숫자가 많아지고 개별 의사의 수익도 증가한다면 의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1일 의견문을 내고 “정부는 ‘의사 수가 늘어도 의료비가 증가하지 않는다’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미래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의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통해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의대 증원으로 의료비용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료도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의사의 인건비는 의료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인가. 현 정부는 마법이라도 부린다는 말인가”라며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 많은 외래진료, 2배 많은 입원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의료비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비대위와 가진 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국민 소득이 3배 증가할 동안 의료 이용은 8배 증가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이는 소득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나는 것보다 의료 이용에 따른 지출 증가가 훨씬 컸다는 의미”라며 “이 추세가 유지되면 앞으로도 이 비율 만큼 재정이 더 필요해진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2028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고갈되고,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를 의료비로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면서 “폭증하는 의료비가 국가 전체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공급을 맞춘다는 것은 폭증하는 의료비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50년 전 학설을 근거로 들어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50년 전 미국과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전혀 다를 뿐 아니라, 대통령이 신봉하는 프리드먼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장 옹호론자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국민 의료비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미국의 경우 지나친 규제 완화와 시장 만능주의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나라를 만들었다”며 “결국 민간보험 의존도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