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유제품 누적 수출량이 3분기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손실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4일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6570억원, 영업손실 423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석유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해 전 분기 대비 7608억원 감소한 영업손실 616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3분기 실적을 공시한 S-OIL도 매출 8조8406억원, 영업손실 41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S-OIL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효과(2861억원 손실)와 환율 하락과 같은 일회성 요인으로 정유 부문의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업부문별로 정유 부문에서 영업손실 5737억원이 발생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연결기준 매출 7조5898억원, 영업손실 26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유업계는 수출량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유가 하락, 정제마진 악화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정유4사(SK에너지, S-OIL,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3억7349만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누적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351억5000만달러(약 48조원)를 기록하며,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제품 품목별로 보면 경유가 41.1%로 가장 많았고 휘발유(22.6%), 항공유(18.3%), 나프타(8.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호주와 일본에서의 수요 증가가 주효했다.
그럼에도 실적과 동시에 수출채산성도 악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낮아져 제품수출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낮아진 반면 원유도입단가를 상승한 탓이다. 특히 3분기 정제마진이 전년 배럴당 19.4달러에서 5.5달러로 72% 급감하면서, 전년도 1~3분기 평균 배럴당 14.2달러였던 수출채산성 또한 올해 3분기까지 평균 배럴당 9.3달러로 감소(35%↓)했다.
정유업계는 연말 항공유 및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 등 계절적 요인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 등 기대감으로 오는 4분기 이후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석유제품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는 등 유가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가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감이 상존하나 미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 지속과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정제마진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가을철 정기보수로 인한 공급 감소 효과 등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OIL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되는 수요·공급 환경 속에서 아시아 정제마진 또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