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치료비보다 합의금을 노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험사는 고액의 합의금 지출이 계속되면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염좌 등 경미한 부상에 적절한 보상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보험금 비교와 시사점’을 내고 지난 2019년 지급된 보험금의 85%를 경상환자가 수령했다고 밝혔다. 경상환자란 염좌, 타박상, 긴장 등 상해급수 12~14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부상자다. 많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데도 많은 보험금을 받은 것이다.
합의금이 경상환자의 배를 불려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사는 치료비에 더해 합의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이와 유사하게 위자료와 휴업손해보상금을 지급한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한일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치료비와 합의금을 중위값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치료비는 국내 37만원, 일본 40만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 합의금은 국내 90만원, 일본 27만원으로 3배를 넘겼다.
합의금에는 향후치료비가 포함된다. 환자가 보험금을 받은 뒤 받게 될 치료비를 예상하여 선지급하는 비용이다. 이는 국내 합의금을 높이는 원흉이다. 일본 보험사는 치료의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없는 증상고정 시점을 정해 사고로 인한 치료비를 확정한다. 언제까지나 사고로 인한 증상이라며 치료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증상고정 시점을 정하는 기준이 없다.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치료비를 지급해야 할지 모르는 셈이다. 전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가) 치료 종결 시점이 불확실해 합의금을 치료비보다 더 배상하고 조기 합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합의에 걸린 기간은 중위값 기준 국내 10일로 일본(19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가입자들이 일본에 비해 2.5배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합의금 등이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의 경상환자 보상 중심 관행이 타당한 치료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