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올해는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게임쇼 출품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월 열린 대만 국제 게임 전시회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포문을 열었다. 대만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서브컬처 장르 선호,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낮은 거부감 등으로 국내 게임사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타이베이 게임쇼에서는 위메이드와 그라비티가 참가했다.
독일 쾰른서 열린 ‘게임스컴 2024’에도 주요 기대작 출품이 잇따랐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 첫걸음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 단일 부스를 꾸렸다.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 시연 버전을 최초 공개했다. ‘배틀 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으로 시장 경쟁력을 다진 크래프톤은 게임스컴 2024 전야제 행사 ‘오프팅 나이트 라이브(Opening Night Live·ONL)’에서 ‘인조이(inZOI)’와 ‘다크앤다커 모바일’ 최신 영상을 공개했다.
도쿄게임쇼에도 여러 게임사들이 출사표를 냈다. 넥슨, 크래프톤, 시프트업 뿐만 아니라 빅게임스튜디오 ‘브레이커스: 언락더월드’, 하이브IM ‘던전 스토커즈’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해외 게임쇼 출품 중요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신작 게임의 게임성과 기술력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며 이를 통한 투자 유치 기회도 확대된다. 방문객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주요작 출시가 잇따르는 만큼 국제 게임쇼 출시와 글로벌 영향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지역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국내 게임 수출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30.1%로 중국이 가장 큰 비중으로 그 다음인 일본 14.4%과 두 배가량 차이난다. 문제는 중국이 언제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외자판호 발급이 불규칙적이며 세계 정세, 외교 관계 등에 따라 판호 발급이 멈출 수도 있다. 중국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변동성도 크다.
공략 국가를 확대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는 해였다. 올해 특히 주목받은 국가는 인도다. 신흥 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도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 중 하나로,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9.15%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지출이 낮지만, 게임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사용률 급증에 따른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인도에서 기반이 탄탄한 크래프톤과 손잡고 지난 11일 ‘쿠키런 인도’를 출시했다. 출시 이틀 후 현지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7위, 출시 첫 주말 동안 인기 게임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외에도 북미, 대만,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수출 시장 다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정헌 넥슨 대표 역시 지난 9월3일 열린 ‘넥슨 캐피탈 마켓 브리핑 2024’에서 “북미‧유럽 지역 성공은 횡적 전략 중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미션”이라며 시장 확대를 의지를 드러냈다.
발굴
‘발굴’의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올해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신생 개발사 투자나 퍼블리싱 소식을 속속 전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스웨덴,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의 신생 개발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설립된 게임 개발 스튜디오 ‘문 로버 게임즈(Moon Rover Games)’와 폴란드 소재 게임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Virtual Alchemy)’가 그 대상이다.
크래프톤도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국 신생 게임사 ‘레드로버인터랙티브(Red Rover Interactive)’, ‘울프하우스게임즈(Wolf Haus Games)’, 신규 개발 스튜디오 ‘데이포나이트(Day4Night)’ 등에 투자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인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일환으로 IP 확장을 꾀하는 모양새다.
스마일게이트는 GTA 시리즈로 유명한 댄 하우저가 설립한 ‘업서드 벤처스’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오위즈 역시 폴란드 게임 개발사 ‘자카자네(ZAKAZANE)’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8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자카자네가 개발 중인 서부 누와르 배경 싱글 플레이 역할수행게임(RPG)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신생 해외 게임사 투자는 양쪽 모두에 ‘윈윈 전략’이다. 국내 게임사로서는 색다른 IP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해서다. 해외 게임사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본금을 유치할 수 있고, 국내 게임 시장에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년 게임 수출 전망을 ‘갬’으로 내다봤다. 2025년 게임산업 지원 예산으로 총 632억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게임 수출 활성화를 위한 게임 유통 지원 사업에는 18억3500만원을 할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