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의 25일 소환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응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준비 절차에 대해서도 출석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대통령의 의도적인 재판 회피·지연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본인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5일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응할 것인가 묻는 질의에 “내일 출석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며 사실상 불출석을 시사했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내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 공수처 청사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다.
석 변호사는 “아직 여건이 안 됐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겠다”며 “제가 지난번에 말한 대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탄핵 재판을 먼저 받고 난 이후에 각 사정기관의 수사에 응할지를 판단하겠단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준비 기일에 대해서도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26일 이후 헌재의 탄핵심판과 사정기관의 수사 등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내겠단 취지의 발언을 냈지만, 이 또한 명확한 입장의 표명은 아니다.
석 변호사는 “성탄절이 지나서 현실적으로 27일 변론준비절차와 관련해 입장이나 대처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다른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단계별로, 기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재판을) 회피, 불응,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인 만큼 향후 논쟁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다소 애매한 발언도 했다. 석 변호사는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인 불완전한 합의체”라며 “변론준비 절차는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본격 심리를 6인 체제로 과연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포함해 전반적 사안에 대해 논쟁적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헌법재판관 충원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것인가 논의되는 상태다. 그런 부분들의 추이를 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김태흠 충남지사는 23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과 공수처의 수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법조인 출신으로서는 유리한 부분으로 이끌어 가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재판 지연 행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일부 감지된다. 다만 ‘친윤계’가 주도하는 당내 분위기 속에 공개적인 비판의 발언은 내지 못하고 있다. 친윤계가 당내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공격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당내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과 4선 안철수 의원 정도가 소신 발언을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