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전략적 협약을 맺고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나선다.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 부진에 빠진 G마켓을 살리고,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알리익스프레스를 공동 운영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중국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합작회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5대 5로 출자해 내년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데,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한다.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 함께 새로 만들어지는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합작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6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 측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알리바바와 전략적 협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가 2021년 3조4400억원의 거액을 들여 인수한 G마켓은 2022~202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G마켓은 실적 부진에 이어 올해 상반기부터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에 들어가면서 신세계 계열로 편입된 이래 지난 9월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처럼 아직 가시적 성과를 못 내는 상황에서 알리바바와 손잡고 사업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을 고심하던 G마켓과 국내 시장 확장을 고민하던 알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양사 간 핵심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자(셀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양사가 정보기술(IT)을 공유해 소비자의 쇼핑 경험과 판매자를 위한 기술 지원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G마켓 수장으로 정형권 대표를 영입한 것도 알리바바와의 협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 그룹의 한국 지사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정 대표는 전날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합작법인 설립이 공시된 직후 사내 공지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G마켓이 2021년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합류한 이래 현재까지 시장 3위권의 지위를 유지하며 고군분투해왔으나 시장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고 선두권 기업의 지위는 공고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알리바바는 모두가 알다시피 글로벌 톱티어(Top-tier) 이커머스 회사”라며 “이번 합작을 통해 많은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속되는 가품(짝퉁) 논란, 유해물질 검출 등의 위해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G마켓 오픈마켓에 입점한 상당수 셀러가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 국내 시장에 파는 만큼 양사 플랫폼을 합치면 셀러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손을 잡으면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인 온라인 유통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쿠팡은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 이후에도 이용자 수나 매출이 늘어난 터라 사실상 ‘반(反)쿠팡 연대’를 구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67만6267명으로 국내 이커머스 앱 중 2위이지만, 쿠팡(3219만9655명)과는 큰 차이를 두고 있다. G마켓의 MAU는 562만3947만명으로 11번가·테무 등에 이어 5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