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해마다 이맘때면 관광버스를 타고 꽃 나들이를 계획하는 주부들이 많다. 마치 처녀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설레는 시간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괴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바로 ‘멀미’ 때문이다. 물론 멀미약을 먹고 붙여도 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면 참을 수 없는 구토감에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고 싶을 만큼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자꾸 계속되는 뱃멀미와 차멀미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특정 질환일 수 있다. 멀미는 주로 ‘차’ 혹은 ‘배’ 등을 탈 때 진동과 속도감을 못 이기고 구토와 두통 및 어지러운 증세를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내이(內耳) 속에 있는 반원고리관의 과도한 자극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비허위실(脾虛胃實, 비장의 기가 허해지고 위장의 기가 실해진 상태)로 몸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멀미를 느끼는 사람들 가운데 지켜보기 딱할 정도로 유독 심한 사람이 있다. 이때는 ‘어지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어지럼증을 그저 ‘멀미’로 수반되는 한 증상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멀미’와 ‘어지럼증’은 어떻게 다를까.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구토 증세와 두통이 동반하는 단순한 멀미라고해도 그 증세가 계속되면 어지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어지럼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귀의 원인이 가장 많다. 좌우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와 함께 자율신경이 자극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 내부 장기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자율신경이나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차나 배를 타지 않았는 데도 일상생활에서 땅이 울렁거리고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면 십중팔구 어지럼증이다. 보통 어지럽다고 하면 대부분 빈혈이라고 속단하기 쉽지만 사실상 어지럼증 가운데 빈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한의학에서는 특히 어지럼증의 원인을 단순히 귀의 문제보다는 면역력이 약화돼 신체전반의 기능이 저하된 데서 찾는다. 사무직 직장인처럼 정신적 스트레스가 오래 누적되는 직업의 경우 신체면역력에 타격을 줘 어지럼증 발병률이 높다.

어지럼증은 단순 멀미와 달리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해부학적인 귀 치료 자체에 매진하는 양방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어깨와 목의 경락순환을 돕는 ‘부항요법’, 경추를 바르게 하는 ‘뇌추나요법’, ‘한약처방’, ‘레인보우 색 요법’ 등을 동원해 면역력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평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국화차나 구기자차 등을 많이 마시고 식습관을 미네랄과 아연이 많이 든 자연식으로 개선하면 어지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