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나들이, 흥에 겨워 무리하게 걷다간 발의 통증 유발… 통증 간과했다간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발목염좌 등 다양한 발 질환 불러
[쿠키 건강]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지난해 봄나들이의 안 좋은 추억 때문에 올 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해 이맘때쯤 남자친구와 봄 날씨에 흥에 겨워 각선미를 뽐내는 높은 구두를 신고 나들이를 즐긴 이씨. 발바닥에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저 높은 구두를 신고 너무 오래 걸어 다녀서 그런가 보다 하고 방치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잠까지 설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결국 참다 못 해 병원을 찾은 이씨는 족저근막염이란 진단을 받고 한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본격적인 꽃놀이 시즌에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기운을 느끼는 즐거움에 설레지만 한편으론 많이 걸어야 하는 나들이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때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발’은 통증이 발생하기 쉬운 부위다. 또한 맞지 않는 신발이나 높은 하이힐을 신었을 때, 잘못 발을 접질렸을 때 등 각종 부상과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발은 신체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는데 엄지발가락은 머리, 발 옆면은 어깨, 무릎, 둔부 등 신체의 외부, 발 안쪽은 척추와 신경이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발은 중요한 신체임에도 통증과 부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다양한 발 질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몸 전체로 통증이 퍼지는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발목 접질림에 의한 발목염좌, 방치하면 다양한 발 질환으로 발전= 우리가 흔히 발목이 삐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발목 관절의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져 복사뼈 부분에 통증과 함께 발목 부위가 멍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발목 삠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당하는 부상 중 하나인데 운동을 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길을 걷다 삐끗하는 경우도 있고, 예기치 못하게 수렁에 빠져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흔하게 겪는 부상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목 염좌를 가볍게 여기고 간단하게 찜질이나 파스만으로 치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번 부상을 입은 발목은 습관적으로 염좌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연골 부위가 손상되면서 박리성골연골염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연골 부위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연골이 괴사해 뼈와 분리되는 거골(복사뼈) 골괴사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은 “발목 부상 역시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간단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러한 치료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MRI 검사를 통해 연골 손상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연골이 심하게 손상됐다면 관절내시경 수술이나 자가연골 이식술 등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래 걸으면 발뒤꿈치와 발바닥에 통증이… 족저근막염 주의= 장시간 무리하게 나들이를 즐기다 보면 발바닥과 발뒤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발바닥 전체에 걸쳐 뛰거나 걸을 때 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족저근막이란 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앞 발바닥의 발가락 부위에 부착되는 구조물로 발의 아치 형태를 유지하고 발의 탄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조직이다. 족저근막염이란 이 족저근막이 과로해서 붓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근막의 퇴행성 변화지만 이처럼 장시간 무리하게 걷거나 운동할 경우,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했을 때, 평발 혹은 발등이 높은 요족, 몸의 하중이 발뒤꿈치 쪽으로 쏠리거나 자극이 갔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
족저근막염이 발생하면 발뒤꿈치와 발바닥의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면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발바닥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계단에서 앞꿈치만 올려놓고 발목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과 특수 깔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심해지면 소염주사나 체외충격파기기 시술을 해야 한다. 김창우 원장은 “체외충격파 시술은 체외충격파기기의 강한 파장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통증이 있는 발바닥 주변 신경을 둔감하게 만드는 시술"이라며 ”만약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족저근막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면 초기에 이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높은 하이힐로 휘어진 엄지발가락, 무지외반증 유발 위험= 무지외반증은 쉽게 말해 엄지발가락(무지)이 밖으로 휘는 변형(외반)을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면서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도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잘못된 신발 착용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이힐이나 앞이 뾰족한 구두 등을 많이 신는 여성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고 발 여기저기에 굳은살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서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 겹쳐지기 시작한다. 또한 걷는 자세도 불편해지고, 조금만 걸어도 발이 피로해지며, 악화되면 허리와 무릎에까지 무리가 간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이나 기능성 신발과 깔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기형이 심해졌을 경우에는 보조기나 교정기 착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정기로도 치료가 되지 않을 때에는 돌출된 뼈를 깎고 휘어진 부분을 원래대로 돌려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98% 정도의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고, 수술 다음날부터 목발이나 깁스 없이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발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일을 하지만 우리 몸 가장 아래에서 고되고 힘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게 병들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스트레칭이나 지압, 족욕 등으로 발 관리를 하는 것이 발 건강을 지키고, 다양한 발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또한 ‘이러다 말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발 질환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면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한시라도 빨리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 증상에 정도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