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온가족이 분담… 고스톱 과음은 피해야= 명절에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는 허리다. 앉아있으면 척추가 받는 하중은 서 있을 때보다 40% 늘어나는데, 장시간 운전을 하면 척추에 부담이 커져 허리 통증이 생긴다. 뒷목도 뻐근하게 아프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로 이동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친 채 눕다시피 오래 앉거나 한쪽 팔꿈치에 몸을 기댄 채 비스듬히 앉아있는 등 자세가 틀어진 경우에는 허리 통증이 더욱 심하다. 차례 준비,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은 척추와 관절 통증을 함께 유발한다. 특히 쉴 새 없이 손목을 쓰면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의 인대에 눌려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60세 이상 중년 여성은 척추 관절 피로와 함께 부신피로를 겪으면서 특별한 질환 없이 누구보다 심한 명절후유증이 찾아올 수 있다. 부신은 신장 위를 모자처럼 덮고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이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면역력 혈압 혈당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부신이 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게 되면 부신이 지쳐 부신피로가 생긴다. 피로, 두통, 근육통, 어지럼증, 불안, 우울 등이 나타나면 부신피로를 의심할 수 있다.
신현원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과장은 “만성피로 환자의 3명 중 1명은 부신피로 환자”라며 “부신피로는 오랜 기간 육체적 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강하게 시달린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60대 이상 여성에게 특히 많고, 명절이 지난 후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후유증의 대부분은 장거리 이동, 쉴 틈 없는 가사노동으로 인한 피로와 수면부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무리하지 않도록 일정을 여유롭게 짜고 힘든 일은 다른 가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밤에는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아야 체력부담을 덜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낮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른 가족과 교대로 운전해야 한다.
차례 준비를 위해 장을 보거나 음식을 할 때 역시 남편이나 아들, 조카 등 다른 가족과 함께 하도록 한다. 일을 할 때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소 1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과일상자나 병풍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으로 든다는 생각으로 들어야 허리 부담이 덜하다. 고스톱이나 과음, 밤샘은 피로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되도록 피해야 한다. 밤 11시 이후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 6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집 근처 산책-아픈 부위 찜질하며 가족 수고 칭찬하기= 연휴 일정은 일상 복귀 하루 전에 마무리 하고 완충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하루를 비우기 힘들다면 적어도 한 나절은 휴지기를 갖고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연휴 마지막 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되 낮에는 산책, 스트레칭, 독서, 가족과의 대화 등 가벼운 활동을 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면서 서로의 수고를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휴식 방법이다. 일상복귀 첫 날은 긴장과 피로가 겹쳐 두통과 관절통이 찾아올 수 있는데,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하면 통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찜질을 해준다. 통증이 시작된 초기에는 냉찜질을 해주고, 3~4일 통증이 계속될 땐 온찜질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찜질을 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명절 후 척추 관절 통증이 생긴 환자는 이전에도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가 명절이라는 계기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서 정확한 통증의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아야 다음 명절에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