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등산, 무릎 부담 증가시켜 관절염 악화 원인… 전문의 상담 통해 등산 여부 결정, 산행 후에는 통증 관리 신경 써야
[쿠키 건강] 가을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붉은 단풍은 한반도를 곱게 물들이고 있다. 기상청이 올해 서울 북한산 단풍 절정기를 10월 26일쯤으로 예보하면서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행렬이 전국의 명산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가을철 등산은 자칫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득보다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등산이 무릎에 부담을 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을철 단풍놀이 계획을 세우기 전에는 충분히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을철 단풍놀이, 관절염 환자들에겐 독(毒) 될 수도= 등산은 신체의 모든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켜줄 수 있는 종합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적당한 등산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골밀도를 높여주며 자세 교정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퇴부의 근육과 무릎, 발목 등의 근골격계를 강화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절염이 있다면 무리한 등산은 오히려 관절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송 원장은 “경사면을 오를 때 압력이나 하중이 그대로 무릎에 전달돼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계단이 많거나 가파른 산은 관절염 환자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더욱 관절 통증이 악화되는 것도 관절염 환자들의 등산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송 원장은 “환절기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절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며 “요즘처럼 기온 차이가 심한 경우에는 혈액 순환 저하로 관절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해 무릎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혈액순환 저하로 뻣뻣해진 근육과 인대는 무릎 관절을 제대로 받쳐줄 수 없기 때문에 통증을 심하게 하고 부상 위험도 높이게 된다.
◇경사 완만한 산길 선택하고, 하산 시에는 보폭 작게= 관절염이 심하지 않은 환자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가볍게 등산하는 것은 좋다. 경사가 완만한 약 3㎞ 거리의 산길을 1시간 내외로 무리 없이 하도록 한다.
또 하산할 때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은 평지의 3배가 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하산 시에는 무릎에 가는 체중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폭을 작게 하고 속도를 천천히 유지한다.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하면 충격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옷과 배낭 등 등산 용품도 꼼꼼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만큼 저체온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방수방풍 기능을 갖춘 등산의류를 착용하고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땀에 젖었을 경우 즉시 갈아입도록 한다. 면바지나 청바지 등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등산복을 갖춰 입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잘 고정돼 발목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제품이 좋으며, 배낭은 되도록 가볍게 준비하고 어깨에 붙여 메도록 한다.
◇등산 후 통증 있다면 즉시 병원 찾아야, 젊어도 ‘연골 파열’ 주의= 등산 후 무릎이 붓거나 아프고 뜨거운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송 원장은 “대개 무릎이 부으면 찜질을 하고 진료를 미루는 환자들이 많은데 잘못된 찜질법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염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 치료를 통해 통증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관절염이 심한 환자들은 관절내시경수술 또는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단순한 증상만으로는 관절염의 정확한 원인과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만약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빠른 치료가 노후 건강을 되찾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절개 부위를 8~10㎝로 줄여 근육과 인대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소절개 인공관절수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수술법은 회복이 빨라 수술 후 오랫동안 누워있게 되면 나타나는 하지정맥의 혈전증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심장 폐 및 소화기관계의 합병증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가 젊거나 관절염이 없는 경우에도 무리한 등산은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로 이어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손상 정도가 심해져 2차 연골 손상을 유발하고 퇴행성관절염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상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다. 송 원장은 “반드시 산행 전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관절 상태를 파악하고, 산행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 원장은 “만약 산에 오르다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에는 끝까지 오르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즉시 하산해 관절이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