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만약 무릎이 아프고 이상한 소리가 난다면 누구나 관절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목 역시 통증이 있다면 가장 먼저 목 디스크를 의심한다. 과연 생각대로 그럴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증상은 같아도 발병기전과 치료법이 엄연히 다른 유사질환이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치료하다가는 오히려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추벽증후군’, ‘후종인대골화증’, ‘박리성 골연골염’은 가장 오해하기 쉬운 척추관절 질환이다.
◇추벽증후군 진단은 관절내시경으로만 가능= ‘추벽증후군(plica syndrome)’은 무릎 관절염과 혼동하기 쉽다. 느껴지는 통증도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무릎을 움직일 때 관절염은 머리카락이 스치는 듯한 가벼운 소리를 내고 추벽증후군은 마치 뼈가 부딪히는 ‘우두둑’ 소리를 낸다는 데 있다.
X-RAY, MRI, CT 같은 첨단 장비로도 진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김영호 일산하이병원 병원장은 “추벽과 무혈관 조직인 연골의 미세한 상태변화는 최신촬영장비로도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숙련된 관절 전문의가 환자의 증상과 연령, 외관상의 변화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 관절내시경을 통해 내부조직을 꼼꼼히 살펴 이상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통 관절염은 뼈를 이어주는 연골, 관절낭, 인대, 활막, 근육 등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야기하는 것을 지칭하는 반면, 추벽증후군이란 무릎 슬개골 뒤와 무릎연골 내측 측면에 위치한 얇은 활액막 조직의 띠인 추벽이 점차 두꺼워지면서 주변 연골을 압박해 연골이 닳아 생기는 통증질환이다.
추벽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져야 하지만 성인 3명 중 1명꼴로 남겨지는데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이나 등산, 자전거, 마라톤 같은 왕성한 스포츠 활동으로 추벽이 굵어지거나 두꺼워지면 염증이 생기면서 증후군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장기화될 경우 주변의 대퇴연골과 계속 마찰을 일으켜 ‘연골연화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치료법은 비교적 쉽다. 아직 추벽의 상태가 양호하고 연골손상이 적다면 소염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물리요법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설사 만성화됐다하더라도 관절내시경을 통해 유착을 일으키는 추벽일부를 제거하면 된다.
◇박리성골연골염, 염좌로 오해 침 맞는 경우 많아= ‘박리성골연골염’ 또한 인대손상으로 생기는 발목 염좌와 증상이 유사하다. 실제 걸을 때마다 찌르거나 결리는 느낌을 받았다가 어느 순간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는데, 영락없이 염좌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박리성골연골염’은 발목관절의 주변 연골이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조각(유리체)으로 남고 이를 둘러싼 ‘활액막(관절주머니 속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또한 잘만 살피면 어느 정도는 염좌와 다른 점을 구분할 수 있다. 염좌가 보통 삐거나 외상으로 생긴다면 ‘골연골염’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연령상으로는 성인보다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서 주로 발병하고 통증이나 붓기 외에도 발목부위가 점차 굳어지는 강직현상과 마치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듯한 ‘스르륵’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박리성골연골염은 보존적 치료법보다는 관절 전문 수술이 필요하다. 김영호 병원장은 “박리성골연골염은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파스를 붙이거나 침 치료 등을 받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연골 밑 뼈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뼈와 연골을 재생시키는 ‘미세천공술’과 함께 통증을 유발하는 유리체를 제거하는 수술 등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방치할 경우에는 유리체가 정상연골에까지 피해를 줘 퇴행성관절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후종인대골화증, 인대가 석회화되는 병= 목 디스크와 헷갈리는 생소한 질환도 있다. 바로 ‘후종인대골화증(척추뼈 인대가 뼈처럼 석회화되는 병)’으로 목근육의 경직과 하지 저림 등 목 디스크와 통증양상이 비슷하지만 발병기전은 다르다. 목 디스크가 경추수핵이 탈출해 신경근을 압박하면서 신경장애를 유발하는 탈출성 질환이라면 후종인대골화증은 목뼈를 지지하는 뒷부분의 인대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석회화 되면서 척수를 누르는 골화성(뼈처럼 단단해지는) 병변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동양인에게 발병률이 높고 가족력이 있다는 점을 볼 때 유전적 요소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또 비만, 당뇨병, 미만성 골과다증, 강직성 척추염과도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고 된 바 있다. 다행히 이 질환은 이학검사, 문진방사선학적 검사를 통해 디스크질환과 감별이 용이하다. 디스크는 일정부분에서만 신경압박이 일어나는데 반해 골화증은 병변된 다양한 부위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이 심해 심한 신경압박이 있을 경우에는 상·하지의 마비증상이나 보행장애, 미세 손동작(단추 잠그기, 젓가락질 등)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중요한데 초기 증상의 경우에는 초단파 치료, 목 근육 운동 같은 보존적 방법으로도 증상의 개선이 가능하다. 만약 신경압박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이 불가피하고 일반 목 디스크보다 치료가 더 어렵다.
이에 따라 척추관절치료 전문의들은 척추관절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진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섣부른 자가 치료나 안마, 마사지 같은 방법은 오히려 적정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하이병원 원장은 “실제 척추관절 질환은 조기진단만 잘 했다면 수술이 아닌 주사요법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적요법들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많다”며 “조기진단은 암 등 중대질병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과 올바른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