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동아제약 리베이트 판결은 쌍벌제 위헌성 입증

사법부의 동아제약 리베이트 판결은 쌍벌제 위헌성 입증

기사승인 2015-01-28 13:37:56
전의총 “쌍벌제 폐지 주장하는 의사협회장 후보 높은 평가할 것” 밝혀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최근 서울지방법원 형사31 단독은 강의료 및 광고료, 설문조사료 등의 명목으로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90명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9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이 신청한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재판부가 공정한 사법적 판단보다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회악이라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 판결문과 위헌심판제청 기각결정문 내용이야 말로 리베이트 쌍벌제의 위헌성을 제대로 입증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미필적 인지여부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금품을 받을 당시 이 금품이 동아제약 제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된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한 것인데 ‘미필적 인지’란 리베이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받았다는 것으로 재판부가 미필적 인지여부의 판단을 에이전시와의 계약내용과 이행경과, 강연자 선정 및 대금지급 방식 등의 간접적인 정황 증거에 근거를 두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전의총은 정황증거 상 아무리 미필적 인지가 있다고 해도 본인은 미필적 인지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상당수의 의사들은 동영상 강의 등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담아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작년 11월 구공판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미필적 인지를 인정하면서 “일부 의사의 경우 동영상 강의 제작에 쏟은 노력이 상당하고 강의료 규모와 동아제약 의약품 처방액이 연동되지 않아 강연료가 처방패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기소 의사들이 개별적으로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서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와 같은 사법판결이 벌어지는 것은 바로 리베이트 쌍벌제 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 중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으로 ‘제약사 등으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의료법 제23조2항에서 판매촉진 목적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제약사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수수자인 의사는 전혀 판매촉진 목적의 리베이트라는 인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 증거만으로 미필적 인지가 있다고 판단해 유죄 선고를 내리는 것은 이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적인 법률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잉금지원칙 중 수단의 적합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는데 전의총이 “리베이트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 및 국민의 의료비 부담 절감이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상한금액 결정과정에 의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사이의 상한금액 협상과정에서 리베이트 비용은 제약회사 비용으로 반영될 것은 분명하다. 공식적으로 회계처리를 거쳐 제약회사의 비용으로 반영되는 경우뿐 아니라 아예 회계처리가 되지 않는 비용이라 해도 그러한 비용이 발생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약회사가 그 비용만큼의 수익 감소를 감수할 수 있는 가능성, 즉 상한금액을 더 낮은 금액으로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며 본 회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한 것은 재판부가 약가 상한금액 결정과정에 대해 아주 무지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공단과 제약회사와의 협상에 의해 약가가 결정되는 것은 신약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는 거의 대부분이 복제약과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수십 개의 복제약이 일시에 보험에 등재돼 약의 효과가 그만그만하고 약가의 차이도 없어 제약사들로서는 자사제품을 판매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리베이트 밖에 없기 때문에 재판부의 의견대로 복제약의 약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반영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복제약가 결정의 근거를 묻는 정보공개청구에서 “복제약의 상한금액은 원가를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조정 및 가산기준에 따라 신약의 약가에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리베이트와는 전혀 무관하게 정해집니다”라고 답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리베이트 비용이 약값에 반영되어 건강보험재정을 축내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리베이트 쌍벌제의 입법목적이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고, 약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검찰·사법부가 그 아무리 리베이트를 단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의총은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조장하는 약가정책과 후진적인 제약사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제약사의 영업활동의 대상인 의사들을 대상으로 그 아무리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도 리베이트는 근절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진정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고자 한다면, 선진국처럼 복제약가를 오리지널약의 20-30%로 낮게 책정하고, 신약개발 역량이나 의지가 없는 제약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느 약이 최선의 의약품인지를 알 수 있도록 복제약의 품질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의총은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결이 오히려 이 법률의 위헌성을 제대로 입증해주고 있다며, 이번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해 2013년 11월 기 제출한 헌법소원과 병합심리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헌법소원에서 리베이트 쌍벌제가 위헌판결이 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서 후보 검증작업을 통해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철회하고, 리베이트 쌍벌제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oo@kukimedia.co.kr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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