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윤계상을 흔히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윤계상의 연기가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을 줘서 붙은 별명이다. 12년차 배우 윤계상에게 ‘생활연기의 달인’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기분 좋은 칭찬일 것이다. 지난달 25일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극적인 하룻밤’ 언론시사회에서 윤계상은 ‘가장 현실적인 남자친구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에 “과찬인 것 같다”며 “너무 평범한 생김새가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윤계상은 그럭저럭 연기 잘하는 평범한 배우가 아니다. 윤계상은 지난 1998년 그룹 지오디(god)로 데뷔한 이후 5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킨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다. 하지만 윤계상은 2003년 갑자기 팀을 탈퇴하고 연기자로 변신했다. 지금이야 정상급 아이돌 그룹에서 나와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어떤 멤버의 얘기가 흔하지만 당시엔 충격이었다. 탈퇴 후 윤계상은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었고 지오디는 남은 4명의 멤버로 활동을 이어갔다. 아마 지오디 팬들은 ‘천의 얼굴 윤계상’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그가 팀을 탈퇴하고 연기자의 걸을 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5인조 지오디로 재결합하기까지는 무려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해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2012년 윤계상이 진행하던 올리브TV ‘윤계상의 원 테이블’에 초대된 지오디 멤버들은 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서로에게 쌓였던 부정적인 감정과 오해마저 받아들였을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났다. 그 자리에서 윤계상은 배우가 되고 싶어서 지오디를 탈퇴한 것이 아니라고 처음 밝혔다. 팀을 탈퇴한 이후 연예계를 떠날 생각이었던 그에게 우연히 연기를 할 기회가 찾아왔고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는 얘기였다. 윤계상에게 팀 탈퇴와 배우 생활은 다른 이야기였지만 남은 멤버들은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10년 만에 풀린 오해는 지오디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2년 후 윤계상은 지오디의 15주년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8집 앨범 ‘챕터 8(Chapter 8)’을 함께 녹음했다. 윤계상 없이 네 명의 멤버가 불렀던 지오디의 6집 앨범 타이틀곡 ‘보통날’을 다섯 명의 목소리로 완전하게 재녹음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지오디의 멤버들은 윤계상이 뒤늦게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윤계상의 연기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항상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연기력을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4년 SBS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윤계상은 2006년 군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연기자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전이 시작된 건 2011년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과 영화 ‘풍산개’를 통해서였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최고의 사랑’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 데 이어 김기덕 감독의 ‘풍산개’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펼치며 열연해 배우 윤계상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계상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과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에서 묵직한 주연 연기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재발견’됐다는 평을 받았고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생활연기의 달인’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최근 진행된 ‘극적인 하룻밤’ 인터뷰에서 윤계상은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놓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걱정 인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사소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는 윤계상은 변했다. 그와 함께 윤계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더 따뜻하게 바뀌었다. 윤계상의 영화를 보며 실제 남자친구 같은 생활 연기에 빠져들고, tvN ‘삼시세끼’에서 ‘계열심히’ 칼을 가는 모습에 미소 짓게 됐다. 다시 다섯 명의 멤버로 활동하는 지오디의 모습에 괜히 뭉클한 감정이 생기는 건 물론이다.
윤계상을 평범한 아이돌 출신 배우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윤계상은 많은 일을 겪으며 긴 시간 동안 대중 앞에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왔다. 그가 홀로 자기 자신과 싸워온 과정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쌓인 신뢰 덕분에 윤계상이 영화, 예능, 가요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윤계상은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준 지오디 멤버들과 대중에게 감사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들도 항상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열심히 노력해온 그에게 고마워하고 있지 않을까.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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