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여 남긴 브렉시트 투표, 콕스 사망 이후 ‘오리무중’

일주일여 남긴 브렉시트 투표, 콕스 사망 이후 ‘오리무중’

기사승인 2016-06-17 17:58:21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한 젊은 여성정치인의 사망으로 혼란에 빠졌다. 현지 언론들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 ‘미개국으로 추락한 것은 상상보다 빨랏다’ 등의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비루한 심정을 드러냈다.

16일 브렉시트를 반대해온 영국 노동당 소속 조 콕스 하원의원(41)이 대낮 도심 한 가운데에서 피살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투표를 1주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야만스런 사건이 발생하자 투표 자체에 의문을 보내는 시선과 함께 투표 연기설까지도 제기되는 상황.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투표에 있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투표를 통해 의견을 행사할 수 있고, 개표 결과는 곧 ‘의사 결정’이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마치 무력이 곧 권력인 듯 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피살사건을 놓고 ‘인류의 퇴보’라 표현한 것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더구나 영국은 총기규제가 매우 엄격한 터라 총기테러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지난 1990년 남부 잉글랜드에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차량에 설치한 폭탄 테러로 보수당 이언 고 의원이 목숨을 잃은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영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로 기억될 사건”이라는 표현을 통해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다. ‘가디언지’는 “문명국에서 미개국으로의 추락은 상상했던 것보다 빨랐다”고 보도했다.

콕스 의원은 지난 3개월간 브렉시트 찬성파와 극우세력으로부터 협박메일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견을 굳게 피력해온 콕스는 결국 피살됐다.

브렉시트 찬반투표는 얼마 전까지 상당히 치열한 양상을 띠었다. 당초 EU 잔류를 지지하는 쪽이 크게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근래엔 탈퇴를 지지하는 응답이 급상승하며 투표 결과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가운데 콕스 의원의 피살이 표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콕스 의원의 남편인 브렌단 콕스는 “(콕스는) 더 나은 세계가 올 것을 믿으며 매일 열정을 갖고 싸워왔다”면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증오에 앞으로 나 또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이러한 메시지와 함께 템즈강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콕스의 사진을 올렸고, 이 글은 국민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투표가 연기될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콕스 의원 사망사건 이후 브렉시트 자체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투표 또한 그 의미를 잃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전역을 뒤흔들 투표가 진행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투표를 연기했다가는 현재의 국가적 불안정서가 더욱 커질 거란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