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비브랴늄, 아다만티움 등의 금속으로 만들어져 가벼우면서도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단 10번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자동차 시장에도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처럼 ‘가볍고 강한’ 강판이 요구되고 있다. 연비도 좋으면서 탄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규모 여의도 3배… 안전 확실
서해대교에 올라서자 오른편으로 바다와 여러 공장이 눈에 보였다. 충남 당진에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의 공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선박으로 원료를 바로 받아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당진 시내에 진입해 약 5분을 달려 현대제철 입구에 들어섰다. 건장한 경비원 2명이 차를 막아섰다. 신원 파악 후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안은 도로, 철길 등으로 이루어져 또 하나의 도시 같았다. 실제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부지는 882만㎡(267만평)으로 여의도 3배 규모다.
정문에 들어서자 차의 속력이 줄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문제로 규정 속도인 30㎞/h를 준수한다”며 “규정 속도를 어기면 e메일을 통해 경고장이 날라 오고 3번 이상 적발되면 회사내부로 차를 가지고 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1295억 투자한 냉연 공장… 자동차용 고강도 강판 생산
규정 속도에 맞춰 차를 타고 현대제철 냉연 공장으로 이동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고강도강판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29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월부터 생산을 시작 연간 50만 톤의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냉연 공장은 ‘여기가 공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에 쓰이는 얇고 단단한 철을 만드는 냉연공장은 제품 표면에 먼지와 벌레 하나만 달라붙어도 불량”이라며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를 막기 위해 차량 진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으로 들어서자 생산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이 생산설비는 24시간 가동된다. 이를 위해 레이저 용접기를 사용했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갈 수 있게 코일을 연결 해주는 것이다.
연결된 코일은 산세설비에 들어가 염산으로 깨끗이 목욕을 한 후 바람으로 말린다. 이후 현대제철이 최초로 도입한 압연설비 6스탠드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친 코일의 두께는 1.5㎜로 얇아지면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원순환형 친환경 제철소
현대제철이 기존 일관제철소와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자원순환형 친환경 제철소라는 점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고로에 장입되는 제철원료가 하역에서부터 이송·보관하는 시스템이 모두 밀폐형으로 운영되는 제철소다.
항만에서부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를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로 하역하고 밀폐형 벨트컨베이어를 이용해 이송함으로써 먼지와 소음을 차단할 수 있으며 제철원료를 보관하는 선형 원형 저장고도 완전 밀폐형으로 운영된다. 기존 다른 제철소들은 개방형으로 제철원료를 적재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밀폐형을 위해 7000억원을 투자했다”며 “비산먼지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고 빗물에 흘려가는 오염도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용 고품질 강판이 자동차에 적용되고 폐차 후 철스크랩으로 재활용돼 건설용 자재로 쓰이는 자원순환형 생산 구조를 갖췄다.
◇연구개발의 중심 기술연구소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는 고로 가동보다 앞선 2007년에 완공됐다. 제철소 가동 전에 제철소에서 생산할 제품과 가동을 위한 공정기술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선행연구 진행해 고로사업 조기 안정화에 기여했다. 실제 통상 자동차강판 개발에 10년이 소요되지만 첫 고로가 완공된 2010년부터 자체 생산한 핫코일로 자동차강판 제조를 시작했다. 또한 고로를 가동한 지 2년만인 2012년에 자동차 전강종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연구소는 연구동, 압연시험동, 제선시험동, 통합개발센터 등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재료분석실험실부터 환경/에너지연구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현대제철은 향후 봉강과 선재를 생산하고 현대종합특수강에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 부품 소재로 가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판재뿐만 아니라 엔진 부품 재료까지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된다.